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대장암과 췌장암 등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종을 겨냥한 진단기술 연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조기진단은 암 치료와 긍정적인 예후의 관건인 만큼, 획기적인 진단 기술에 대한 의료계의 미충족 수요가 크다. 기업들은 암 진단 바이오마커 발굴과 인공지능(AI) 기술 접목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베르티스는 최근 췌장암 진단 기술을 개발해 92%에 달하는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 베르티스는 질량분석과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을 활용해 췌관선암 환자군, 건강한 개인 및 양성 췌장질환 환자를 포함한 대조군에서 차등 발현된 12종의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선별했다. 이후 기존 췌장암 선별에 활용되는 혈액 바이오마커 ‘CA19-9’를 조합해 13종의 바이오마커로 구성된 다중 마커 패널을 개발했다.
베르티스는 머신러닝으로 진단검사 모델을 개발해 췌장암 선별에 대한 진단 성능을 평가했다. 해당 모델은 모든 병기의 췌관선암과 1·2기 췌관선암에 대해 각각 92%의 정확도를 보였다. 회사는 췌장암 조기진단을 위한 혈액검사 ‘판크체크’ 상용화를 추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위해 췌장암 환자 220명이 포함된 513명의 혈액샘플을 확보해 확증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췌관선암 과발현 인자(PAUF) 플랫폼을 활용해 췌장암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PAUF는 초기 진행 및 전이와 관련된 췌장암 사례의 80% 이상에서 과발현되는 종양 특이적 바이오마커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췌장암 치료제 ‘PBP1510’를 개발 중이며, 이 물질 연구에 기반을 둬 PAUF를 바이오마커로 검출하는 췌장암 진단키트를 만들었다. 지난해 국제의료기기전시회(MEDICA)에 참석해 해당 키트를 체외진단의료기기로 글로벌 등록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진단키트와 PBP1510 개발을 병행해 췌장암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딥노이드는 AI기술을 활용한 병리 이미지 분석으로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 진단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요셉 가톨릭의대 병리과 교수팀과 공동 연구한 대장암 병리 이미지 분석 연구에서 특징 추출기를 비교해 대장암의 정상 여부와 4가지 아형을 분류하는 AI 기반 분석 기술로 대장암 진단 정확성을 높였다. 또 휴앤바이옴은 지난달 25일 중국 바자임 바이오텍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 개발에 나선다. 양사는 대장암 조기진단을 위한 미생물군 기반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검증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암 진단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체외진단시장의 암 진단 시장 규모가 2019년 약 93억1159만 달러(12조3800억 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5.6%를 기록, 2027년 약 133억7118만 달러(17조7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