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이 1년 만에 프랑스에 뒤처졌다. 프랑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AI 산업이 꽃이 폈지만 AI G3(글로벌 주요 3개국) 도약을 목표로 내세운 한국은 1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AI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영국 데이터 분석 매체인 토터스미디어(Tortoise Media)가 발표한 ‘2024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영국은 올해도 1, 2, 3, 4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올라간 곳은 프랑스다. 지난해 13위에 머물렀던 프랑스는 올해 한국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프랑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자국 언어와 데이터를 활용한 소버린 AI에 집중하면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터스는 “미스트랄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최고 수준의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출시하며 프랑스의 국가대표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픈AI의 대항마로 불리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은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설립 1년 만에 단숨에 기업가치가 58억 유로(약 8조6000만 원)까지 증가했다.
미스트랄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스트랄을 ‘프랑스의 천재’라고 추켜세우며 글로벌 시장에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알릴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펼쳤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 같은 성장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못했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지난 1년간 마크롱 대통령 중심으로 프랑스 정부가 엄청 강력한 지원책을 진행한 결실”이라며 “미스트랄 H 등이 그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AI스타트업 관계자도 “미스트랄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와 같이 직원 수가 30명도 채 되지 않는 스타트업에 불과했지만 자국 AI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빅테크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프랑스의 약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지표는 AI 패권 경쟁에 대응하는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AI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산업을 지원할 법적 기반 미비로 경쟁 국가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AI 경쟁력이 악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I 규제, 여론 등 운영환경 평가는 전년보다 24위 하락한 35위에 그쳤다. 인재와 연구 경쟁력 순위도 12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AI업계에는 산업 진흥과 규제를 담은 AI기본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AI 기본법이 제정돼야 관련 정부 조직을 신설하고 예산을 빠르게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센터장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AI는 쿨하게 접어서 될 기술이 아니라 모든 산업·사회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자 인프라 그 자체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왜 그리 자국 AI 강화를 위해 투자하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