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과 같은 수준으로 경호해야” 지적 나와
탁 트인 골프장 경호에 한계 있다는 비판도
1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암살 시도가 또 발생하면서 당국의 경호 태세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아니어서 경호 수준이 낮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숲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개인 소유 골프장에서 경호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소유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고, 총격은 골프장 밖에서 발생했다. 평소 ‘골프 애호가’로도 유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일정이 없는 이날 골프를 치고 있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총격이 발생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체 18홀 가운데 5번 홀을 마무리하고 6번째 홀로 이동하고 있었고, 몇 홀 앞서가던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골프장 울타리 사이로 비죽 들어온 AK 유형 소총의 총신을 발견했다. NYT는 용의자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거리는 300~500야드(약 270~450m)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SS 요원은 즉시 총을 지니고 있던 용의자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총격을 피한 용의자는 지니고 있던 소총을 떨어뜨리고 울타리 덤불 사이에서 뛰어나와 검은색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타고 달아났다. 이후 팜비치카운티 인근 마틴 카운티의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2개월 만에 또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의 경호와 보안 문제가 대두했다.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경호 지원을 받고 있었다.
팜비치 카운티의 릭 브래드쇼 보안관은 “그가 현직 대통령이었다면 경호원이 둘러싸겠지만, SS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 코스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누군가 안으로 들어가면 눈에 띄지 않는다”며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현직 대통령이었다면 골프장 전체를 경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했던 전직 SS 출신 한 요원은 NYT에 이번 사건에 대해 “전례 없는 사건”이라면서 “SS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현직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경호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들 모두 이번 SS 대처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암살용의자가 근처까지 오는 것을 미리 파악했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트럼프의 ‘골프 사랑’이 SS의 경호 자체에 큰 위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미국 전역에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각종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가끔은 자신의 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한다.
그가 소유한 골프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코스를 자랑하지만, 보안 측면에서는 취약성이 있다. 탁 트인 넓은 공간에 대피할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용의자로서는 몸을 은폐할 수 있는 숲과 언덕이 많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골프에 대한 사랑은 오랫동안 SS의 경호 위협이 됐다”면서 “SS 요원들은 골프 카트나 탁 트인 그린보다는 밀폐된 건물이나 보호장치를 갖춘 차량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CNN도 “SS 관계자들 사이에서 골프코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골프장은 그가 골프를 치는 동안 오랫동안 경호에 우려를 자아내던 곳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골프 카트를 운전하는데, 대통령 인장을 제외하면 다른 일반 골프 카트와 크게 다르지 않고 방탄유리와 같은 안전장치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다른 현직 대통령이나 대선후보와는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골프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일반인의 골프장 출입을 차단하거나 주변 도로를 막지 않는다. 즉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정을 파악한다면 누구나 그의 골프 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