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전세대출에… 반전세ㆍ월세로 몰리나 [꽉 막힌 대출, 혼돈의 주택시장②]

입력 2024-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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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일환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은 물론 잔금대출 문턱까지 높이자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일환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은 물론 잔금대출 문턱까지 높이자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증한 가계대출과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막아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은행권이 서둘러 금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초강수’ 대출 규제가 수도권 전셋값 상승과 매물 감소, 월세 증가 등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5%로 68주 연속 상승세다. 인천은 0.30%, 경기는 0.09%로 집계됐다.

전세가격은 더욱 오를전망이다. 가계대출 폭증으로 인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권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죄기 시작하면서다.

우리은행은 9일부터 유주택자 수도권 전세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되 임대인이 분양금을 100% 완납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임대인이 전세 임차인을 구하고,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는 당일에 해당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를 수 없도록 했다.

입주물량이 줄며 전셋집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시점에서 대출 규제가 겹쳐 시장 상황은 악화한 모양새다. KB부동산 자료 분석 결과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142.9를 기록했다. 수도권 또한 올 1월(104.6)보다 30%가량 오른 134.9로 집계됐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의 수로 나타내는데 100보다 높을수록 전세를 찾는 사람이 전세를 내놓은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8906가구로 전월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경기도 물량이 지난달 1만5784가구에서 3246가구로 79% 감소한다. 주택 공급이 축소된 상황에서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의 시선은 자연히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전세나 월세로 향하게 된다.

수도권 월세 매물 감소세는 현재진행형이다. KB부동산의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1.4포인트 오른 116.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백새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대출 조이기가 은행권 전반에 퍼지면 전세대출이 가능한 매물을 찾기 어려워지므로 수도권에선 반전세 또는 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중단은 가뜩이나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공급 위축까지 심화해 이사철 전셋값 상승을 가중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아직 보증금을 다 납부하지 못한 예비 전세대출 수요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개월 전 상담을 받았을 때는 가능했던 전세대출이 불가하다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계약한 집에 입주를 못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1주택자임에도 직장ㆍ학업 등의 사유로 전셋집에 살아야 하는 실수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치라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신축 아파트 분양 계약자의 마음도 급하긴 마찬가지다.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 일자에 맞춰 거주하던 임차 주택 전세계약 만기일을 잡아놨는데 대출 제한으로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미반환을 이유로 입주까지 늦어질 수 있어서다.

11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에선 잔금 납부를 앞두고 수분양자와 조합원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수억 원의 잔금을 전액 현금으로 들고 있는 입주 예정자는 거의 없다.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으로 잔금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 이 방법이 아예 불가하다. 다수의 은행이 잔금대출까지 속속 중단하고 있어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실수요자의 아우성이 커지자 금융업계는 세게 조였던 대출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4일 간담회를 통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은 실수요자 피해를 최대한 막고자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10일 은행장들과 가계대출 정책 관련 간담회를 열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추석 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전세대출 규제 수정안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고 갭투자를 잡겠다는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나 서민에게 불똥이 튀는 현 상황은 최대한 빨리 타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실수요자들은 집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유주택자는 더 투자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부동산 대출 정책의 일차적 목적”이라며 “이 같은 규제는 실수요자로 하여금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강제 이주를 하도록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김인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단기적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 있지만 (대출 규제로 인한)전세 공급 문제가 계속돼 전세가율이 높은 상황이 오래 이어진다면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매수세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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