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용인특례시에 따르면 이 시장은 양성평등주간 축사를 하면서 조선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문필가였던 나혜석 선생의 1920년 목판화 ‘저것이 무엇인고’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줬다.
바이올린 가방을 들고 양장을 한 신 여성을 보고 ‘건방지다’라고 손가락질하는 어르신 두 명과 ‘그것 참 예쁘다’라고 지켜보는 젊은 남자가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이 시장은 "당시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면서 "나혜석 선생은 이런 점을 목판화를 통해 꼬집었고 소설 <경희>를 통해 양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 시장은 “1918년에 나온 소설 <경희>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아버지가 ‘계집애라는 것은 시집가서 아들 딸 잘 낳고 시부모 섬기고 남편을 공경하면 그만’이라고 할 때 딸은 ‘그것은 옛날 말이에요. 계집애도 사람이에요. 사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계집애도 할 수 있는 세상이란 말입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다"며 "이 같은 생각을 한 나혜석 선생은 선구자였지만 당시엔 그런 인식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지금은 그런 과거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는데, 이는 여러 선각자와 이 자리에 계신 많은 여성지도자께서 양성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오신 결과”라며 “그럼에도 아직도 부족한 점들이 있으니 계속 채워나갈 수 있도록 시도 여러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시는 양성평등주간(9월 1일~7일)을 기념해 매년 양성평등에 대한 의미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기념식을 여는데, 올해 주제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양성평등한 용인특례시’로 정했다.
사단법인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용인시지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시민, 단체 등에 양성평등상을 시상하고, 유공자 표창, 명사 특강, 역사 속 여성인물 전시, 홍보부스 운영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됐다.
행사에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을 비롯해 유진선 시의회 의장, 이윤송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용인시지회장, 여성단체 회원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이윤송 지회장은 “서로가 다름을 존중하고 동등한 참여기회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만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갈 수 있다”며 “누구나 평등하게 대우받는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 용인특례시를 위해 여성단체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념식 후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Alberto Mondi)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유럽 아빠의 육아법’ 주제 강연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유럽의 사례를 소개하며 본인만의 육아법을 공개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날 용인시청소년성문화센터는 에이스홀 로비에서 청소년 성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부스를 운영했고, 용인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시는 여성친화도시 용인 홍보부스를 마련해 ‘경력보유여성채용기업 고용장려금 지원’, ‘새로일하기센터 운영’, ‘야간연장 어린이집 운영’, ‘다함께 돌봄센터 확충’ 등 시의 양성평등 정책을 소개했다.
행사장 로비에 설치된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시청을 방문한 시민들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기념식 종료 후 청사 1층으로 옮겨 7일까지 전시된다. 권기옥(비행사·독립운동가), 나혜석(서양화가), 김점동(농촌계몽가) 등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