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을 중심으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란 신조어가 나오는 등 신축 선호가 강해지면서 재건축 매물보단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단지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비사업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신축 강세인 흐름을 역전시킬 만큼 파급력이 강하진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완판이 임박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8월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최고 13억9300만 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전체 771가구 중 200가구가량이 미분양 됐던 곳이다.
또 전용 84㎡ 기준 13억9300만 원으로 분양된 강동구 둔촌동 '더샵 둔촌 포레'는 올해 3월 일부 미계약 물량이 나왔지만 3개월 만인 6월 완판됐다.
경기도 미분양 단지도 속속 소진되는 흐름이다. 최초 100건 이상의 미분양이 나왔던 '트리우스 광명'은 최근 일반분양 전 가구에 대한 계약을 마쳤다. 이 단지 전용 84㎡ 타입 최고 분양가는 11억5380만 원으로 책정돼 역시 고분양가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는 신축에 대한 높은 선호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시장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잡은 MZ 세대의 신축 선호 흐름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고, 분담금 등 부담 요인이 많은 재건축 매물의 인기가 시들해진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요즘 재건축은 건축비가 치솟은 데다 분담금까지 내야 해서 수익성이 높지 않다"며 "여기에 신축은 커뮤니티 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MZ 세대가 신축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재건축은 자칫하면 돈이 묶일 수 있단 점에서 리스크가 있다. 젊은 층은 사업 지연으로 분담금이 늘어나는 자금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라면 신축을 매수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신축은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년간 수도권 아파트 연령대별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5년 이하 아파트 가격은 3.25%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8·8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등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건축 시장의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담금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신축 강세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단 이유에서다.
권 팀장은 "8·8대책이 재건축 사업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사람들의 신축 선호 흐름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도 "사업성을 올리려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신축 흐름을 바꾸고 재건축 매물 선호를 높이기엔 역부족"이라며 "다만 목동, 상계동, 1기 신도시 등 국지적 투자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