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티메프 사태'로 불리는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과 관련해 피해 규모가 현재까지도 정확히 추산되지 않는 가운데 "추정 금액의 2~3배 이상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에 대해 "29일 관계 부처에서 5월까지의 미정산 금액을 2100억 원으로 추산한 건데, 6·7월 미지급금도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두 달간 할인율을 높여 매출을 늘렸기 때문에 2~3배 이상으로 피해액이 클 수 있다"며 "그 돈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결국 돈이 (피해자들에게) 들어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는 중계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의 비즈니스 구조에 관해 얘기했다. 홍 교수는 "두 달 이후에나 정산이 되는 구조다 보니 이 자금을 운용할 여유가 생기는데, 흔히 말하는 '돌려막기'다. 그걸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달 전에 결제된 금액만큼 이번 달 매출이 나지 않으면 정산 지연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큐텐그룹이 자금 위기에도 5월에 2300억 원을 들여 유럽·미국의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한 것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홍 교수는 "티몬이나 위메프가 자회사에서 들어오는 현금 흐름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확장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다"며 티몬의 자회사 '큐 익스프레스'를 지목했다. 이어 "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려고 했다. 쿠팡처럼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매출이 크면 상장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보니 큐 익스프레스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수를 시작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내 지분을 팔아서든, 담보 잡혀서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홍 교수는 "4월께 이런 조처를 했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재 이런 문제가 드러났는데 지분을 제값 주고 사겠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있지 않을 것이고, 돈을 빌려줄 기관이 있을까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3%대 저금리 대출 지원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미수금은 해결할 수 있으니 당장의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다 빚이기 때문에 궁극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규제기관이 해당 사태를 전혀 모를 수 있냐'는 의문에는 "선불업자의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었고, 많은 전문가가 이 회사들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규제기관이 몰랐다고 보긴 어렵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를 언급하며 "위메프는 이미 4년 가까이 자본 잠식 상태였고 티몬 역시 부채비율이 100%가 넘어간 지 오래였다"고 전했다.
그는 "미흡한 규제를 탓하기보다는 이커머스 업체의 재무 건전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실적이 나쁘다거나 자본 잠식 상태에 있다고 해서 폐업 등 직접적 규제를 가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