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2010년대…퍼거슨의 은퇴와 만수르의 등장 [당신이 몰랐던 PL ⑤]

입력 2024-08-0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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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 (AFP/연합뉴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 (AFP/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가 1992년 출범했다. 프리미어리그는 32년간 잉글랜드 최상위 축구 리그로 군림하며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출범 당시 주로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됐던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약 70여 국적의 선수들이 뛰는 범세계적인 리그로 발돋움했다. 이제부터 치열했던 프리미어리그 역사 한 켠에 득점왕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소개한다. 또한 그해 리그 우승팀과 눈여겨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짚어본다.

수십 년간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했던 명감독 알렉스 퍼거슨과 아르센 벵거가 은퇴했다.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잉글랜드를 넘어 전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만들었고, 벵거는 아스널 FC에서 전무후무한 무패 우승 신화를 썼다. 하지만 그들 빈자리가 너무나도 컸던 탓일까. 두 구단은 전설로 불린 감독들의 은퇴 이후 침체기를 겪는다.

두 명장을 떠나보낸 프리미어리그가 새로운 두 명장을 맞이했다. FC 바르셀로나에서 ‘트레블’ 신화를 쓴 펩 과르디올라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반란을 이끈 위르겐 클롭이다. 과르디올라는 맨체스터 시티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고, 클롭은 리버풀 FC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 수준을 한 단계 성장시키며 수많은 축구 팬들의 눈을 호강시켰다.

바야흐로 ‘오일 머니’의 시대가 열렸다. 첼시 FC는 러시아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 인수 이후 리그에서뿐만이 아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하며 유럽의 왕으로 등극했다. 또한 맨시티가 아랍에미리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안 구단 인수 이후 대대적인 투자를 받으며 리그 정상에 올랐다.

한편, 막대한 투자 없이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의 단합으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킨 클럽도 있다. 레스터 시티가 그 주인공이다. 은골로 캉테, 제이미 바디, 리야드 마레즈 등 선수들은 잠재력을 터뜨리며 단합된 모습을 보였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이들과 함께 ‘빅4’로 불린 강팀들을 꺾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는 한 편의 동화를 쓴다.

2010-2011 웨인 루니의 오버헤드킥과 만수르의 등장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블랙번 로버스전 한 경기에서만 5골을 몰아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20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맨유 유니폼에서 맨시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카를로스 테베즈도 베르바토프와 함께 첫 득점왕에 오른다. 로빈 판페르시는 18골로 득점 2위, 대런 벤트는 17골로 3위에 안착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 디디에 드로그바는 11골로 부진했지만, 13도움을 올리며 도움 2위에 랭크됐다.

여러 선수가 새로운 클럽에 둥지를 틀었다. 브라질 미드필더 하미레스와 수비수 다비드 루이즈가 첼시에 합류했고, 앤디 캐롤은 410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리버풀에 입단했다. 페르난도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했고, 루이스 수아레즈와 조 콜이 그 빈자리를 대체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네덜란드 미드필더 라파엘 판데르 바르트를 영입했고, 아스널은 수비수 로랑 코시엘니와 윌리엄 갈라스를 데려왔다.

2010-2011시즌 우승도 맨유다. 공격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베르바토프의 20골 외에 치차리토가 데뷔 시즌 13골을 넣으며 득점 랭킹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웨인 루니는 11골 11도움을 올리며 완성형 공격수로 거듭났고, 크랙형 윙어 나니도 9골 14도움을 올리며 도움왕을 차지했다. 특히 맨시티전 루니의 오버헤드킥 결승골은 프리미어리그 20시즌 어워즈에서 역대 최고의 골로 뽑혔다.

▲웨인 루니.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웨인 루니.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맨유는 리그 우승에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전에 올랐다. 2008-2009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와 결승에서 맞붙은 맨유는 2년 전 패배의 복수를 꿈꿨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로 이어진 '세 얼간이' 라인을 제대로 파훼하지 못하며 3-1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리그 4위로 떨어지며 좋지 못한 시즌을 보낸 아스널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에서도 버밍엄에 패하며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니콜라 지기치의 전반 28분 선제골 이후 전반 39분 판페르시가 동점골을 뽑아냈지만, 후반 막판 44분 벤 포스터 골키퍼의 프리킥을 이어받은 오바페미 마르틴스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경기를 끝냈다. 2000-2001시즌 리버풀과 1-1 승부 끝에 승부차기에서 5-4로 패한 버밍엄 시티는 이날 아스널을 상대로 승리하며 1962-1963시즌 이후 38년 만에 EFL컵 우승 트로피를 따냈다.

한편, 만수르의 맨시티 투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야야 투레와 스페인 국가대표 다비드 실바, 보스니아 폭격기 에딘 제코를 영입한 맨시티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체제에서 우승 트로피 사냥에 나섰다. 승점 71점으로 리그를 마무리한 맨시티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강에서 맨유를 1-0으로 제압, 결승에서 스토크 시티를 만나 이적생 투레의 결승 골에 힘입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

2011-2012 맨체스터 시티의 극적 우승과 첼시의 ‘빅 이어’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05-2006시즌 티에리 앙리 이후 아스널에서 다시 한번 득점왕이 나왔다. 한 시즌을 완전히 소화한 로빈 판페르시가 38경기에서 30골을 넣어 최다골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웨인 루니가 27골로 2위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넘어온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데뷔 시즌 23골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맨시티로 온 다비드 실바는 15도움으로 도움왕을 차지했고, 이번 시즌 첼시로 온 후안 마타와 맨유 발렌시아가 13도움으로 공동 2위에 올랐다.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리그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만수르의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은 맨시티는 개막전 이후 14경기에서 48골을 폭격하는 동안 단 4점만 내주는 등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2011년 10월 23일 9라운드에서 지역 라이벌 맨유를 6-1로 압도하며 맨체스터의 새로운 주인임을 천명했다. 신흥 강호 맨시티가 전통 강호 맨유를 꺾은 것도 뉴스지만, 당시 그라운드의 악동으로 유명했던 마리오 발로텔리가 2골을 넣고 "Why always me?(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세레머니를 펼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맨시티의 우승 과정은 쉽지 않았다. 28라운드부터 35라운드까지 1위를 지켜온 맨유가 26라운드에서 맨시티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후 2위로 내려앉았고, 승점 동률인 상황에서 골득실차로 맨시티가 앞선 상황이었다. 맨유는 잔여 경기인 스완지 시티와 선더랜드 AFC전을 모두 이겼지만, 맨시티가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2-0에 이어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를 3-2로 제압하는 데 성공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당시 맨시티는 QPR전 정규시간 내 1-2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2분에 터진 에딘 제코의 동점골과 2분 뒤 터진 아구에로의 역전골로 극적 우승에 성공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로이터/연합뉴스)
▲세르히오 아구에로. (로이터/연합뉴스)

위건 애슬레틱의 강등권 탈출기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28라운드 당시 20위를 기록하며 강등 위기에 놓인 위건은 30라운드 리버풀전 2-1 승리 이후 스토크, 맨유, 아스널, 뉴캐슬, 블랙번 로버스,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를 연달아 잡아냈다. 위건은 남은 9경기에서 7승을 거두며 15위에 안착, 극적으로 강등권 탈출에 성공한다.

한편, 첼시가 로베르토 디 마테오 임시 감독 체제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첼시 역사상 첫 '빅이어'이자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로 한 팀 중 첫 번째 챔스 우승이다. 첼시는 후반 막바지 토마스 뮐러에게 헤더 슈팅을 허용하며 0-1로 끌려갔지만, 정규시간 종료 2분을 남기고 디디에 드로그바의 극적 동점 헤더 골이 터지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뮌헨이 연장 초반 4분 페널티킥(PK) 찬스를 얻었지만, 키커로 나선 아르연 로번의 슈팅을 골키퍼 체흐가 막아내면서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첼시는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 마타의 실축에도 불구하고, 체흐가 이바차 올리치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이후 드로그바가 마지막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기적과도 같은 챔스 우승을 이뤄낸다.

2012-2013 퍼거슨의 은퇴와 ‘내 안의 작은 아이’를 외친 판페르시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맨유 유니폼을 입게 된 로빈 판페르시가 26골을 기록하며 2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판페르시는 앞서 아스널에서 맨유로 이적했는데, 당시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맨유라고 속삭였다"며 아스널 팬들을 분노케 한 바 있다. 리버풀 루이스 수아레즈가 23골로 2위를 차지했고,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전환한 토트넘의 가레스 베일이 21골을 득점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1986년 맨유에 부임한 퍼거슨 감독은 27년간 팀을 이끌며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EFL컵 우승 4회, 챔스 우승 2회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퍼거슨 감독은 유소년 선수 육성부터 '헤어드라이어'로 불리는 특유의 선수단 장악 능력과 뛰어난 전술 분석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에버턴 FC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를 낙점했다.

프리미어리그를 지킨 레전드 선수들이 은퇴한 시즌이기도 하다. '퍼기의 아이들' 일원으로 맨유의 중원을 지킨 폴 스콜스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고, 한때 동료였던 게리 네빌의 동생 필 네빌도 은퇴했다. 리버풀 레전드 하프백 제이미 캐러거와 잉글랜드가 배출한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 마이클 오언도 축구화를 벗었다. 또 백혈병 투병 중이던 애스턴 빌라 미드필더 스틸리얀 페트로프도 그라운드를 떠났다.

▲알렉스 퍼거슨. (EPA/연합뉴스)
▲알렉스 퍼거슨. (EPA/연합뉴스)

2012-2013시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브랜던 로저스 감독이 스완지 시티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리버풀 지휘봉을 잡았고, 미카엘 라우드럽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첼시는 챔스 우승을 이끌었던 로베르토 디 마테오를 시즌 도중 경질, ‘이스탄불의 기적’을 이끌었던 라파엘 베니테스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첼시는 에덴 아자르, 아스널은 올리비에 지루, 산티 카솔라, 맨유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한 카가와 신지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아스톤 빌라의 새 공격수 크리스티안 벤테케는 데뷔 시즌 19골을 터뜨렸고, 스완지 시티는 미구엘 미추와 기성용을 영입하며 중위권 사수에 나섰다.

첼시는 리그에서 3위에 안착했고, '람반장' 프랭크 램파드는 37라운드 빌라전 멀티골로 첼시 통산 203골을 달성하며 바비 탬블링의 클럽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중도 부임한 베니테스는 팀을 성공적으로 재정비,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아스널은 지역 라이벌 토트넘과 승점 1점 차로 4위를 수성, 챔스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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