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사주 매입의 허실 면밀히 따져야

입력 2024-07-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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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투자 증가 등 여러 상승요인이 있지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상장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에 세 가지 지원책을 발표했다. 첫째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배당 및 자사주 소각)을 확대한 기업에 5%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 5%를 감면하고, 둘째 기업가치 제고 상장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저율로 분리과세하고, 셋째 최대주주의 상속세 20% 할증을 폐지하는 것 등이다.

소각만이 주가에 긍정적 효과 가져와

셋 중에서 기업의 주주환원, 그중에서도 자사주 매입은 직접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상장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여 소각한다고 하자. 결국 시장에 남은 주식은 더 적지만 여전히 회사의 전체 가치는 그대로이므로 개별 주당 더 많은 가치가 있게 된다. 게다가 현금배당을 고려할 경우, 미래에 더 적은 수의 주식에 현금이 분배되기 때문에 주당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자사주 매입은 영국과 미국 주식시장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은 일본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정책으로 꾸며진 뒤 한국에서도 시행하려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우량 기업들도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에 주주의 권익을 위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하지만 선진 자본시장을 따라 회사의 여유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이론적으로 회사는 여유자금을 연구개발(R&D)이나 다른 기업의 인수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는 또한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주식의 가치를 증가시킨다. 자사주 매입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정책이 시행되는 데에는 초우량기업이 과도하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거나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낮아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차라리 기업의 가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주 입장에서 보면,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으로 허(虛)일 수 있지만 회사가 매입한 주식을 실제로 소각하면 장기적으로 실(實)이다. 소각은 주당 가치와 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매입한 자사주가 소각되는 대신 대주주가 우호 지분에게 넘긴다든지 또는 임직원에게 추가 보상된다면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는 없게 된다.

추가 보상은 애초에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몫인데, 실질상 주주의 부담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주주는 항상 임직원에 대한 숨겨진 복지나 보상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또한 주주는 자사주 매입이 회사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영업활동 위축시키지 않는지 주의를

종종 자사주 매입 조치는 주가를 높이 유지함으로써 인수합병(M&A)하려는 잠재적 인수자에게 넘볼 기회를 주지 않기에 회사를 보호할 수 있다. 회사가 기존 영업을 확대하고 신규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면, 즉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도 현금흐름에 여유가 생긴다면 자사주 매입은 확실히 최악의 해결책은 아니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상장회사는 전반적인 경영전략의 일부로 심사숙고한 후 자사주 매입을 시행해야 한다. 이때 나오는 자사주 매입 뉴스는 투자자가 매수하기에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한 회사의 증권은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이익을 얻지만 그 효과는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사는 것보다 그 돈으로 재투자함으로써 더 유용한 일을 할 수 있었다.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기에 회사는 여유자금을 어디다 써야 할까? 투자자와 경영진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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