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감에 거래대금 21.4조 몰려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받은 첫 성적표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해 증시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탁매매가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부동산 업황 부진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2분기 실적부터 어두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적을 발표한 NH투자·KB·신한투자·하나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8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액수로 따지면 622억 원 늘었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이 2255억 원으로 22.5% 증가했다. KB증권은 40.8% 증가한 1980억 원, 하나증권은 8.5% 늘어난 905억 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만 757억 원으로 36.6% 줄어들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발표에 따라 증시가 반등한 것이 실적이 영향에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에 거래대금이 늘면서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수료로 벌어들인 돈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자금이 증시로 몰렸다.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증시 일 평균 거래대금은 21조426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9.74% 늘었다. 1분기 해외주식 거래대금 역시 123조5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48.5% 불어났다. 국내 및 해외 주식 거래를 통한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다.
KB증권의 1분기 위탁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한 1291억 원에 달했다. NH투자증권의 위탁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분기 106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192억 원으로 늘었다. 대체투자 손실로 순이익이 준 신한투자증권도 위탁수수료이익은 1029억 원으로 같은 기간 26.3% 증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 기대감에 따른 개인 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되고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가 증가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분기 실적부터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 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늦춰지면서 증시가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의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부동산 업황 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시점은 다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조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업황 개선 등의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와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감소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현재 시장 유동성 및 국내 수출 증가로 인한 기업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국내 주식시장에 활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