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치료가 고도화하면서 치료에 참여하는 의사는 물론, 치료 방법의 경계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대한간암학회가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경계가 없는 간암(Liver Cancer without Borders)’을 주제로 제18차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전문의가 참석해 간암 치료 과정 중 의사들의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화두는 다양한 분야 전문의들의 협동이었다.
최종영 대한간암학회장은 “학회의 전신인 간암연구회 시절부터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전문의들이 어떻게 하면 환자 치료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할지 고민했다”라며 “치료법이 발전하고 다양해지면서 의사들의 토의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학회가 최근 발간한 ‘간세포암종 국소치료술 전문가 합의 의견’이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주목받았다. 간행물에는 간암 고주파 열 치료술(Radio-Frequency Ablation, RFA) 정보가 담겼다. 이는 3cm 미만의 작은 간암을 수술 없이 고주파로 소작해 수술과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치료법이다. 전신마취나 개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환자와 비교해 입원 및 회복 기간이 짧다.
국내에서 RFA를 시행한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그간 임상에서 의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부족했다. 학회는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대한ITA영상의학회와 협력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22명, 영상의학과 전문의 35명이 ‘실전 경험’과 의견을 공유했다.
이동호 대한간암학회 연구이사는 “환자들이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떤 검사 과정을 거쳐 시술하며 추적관찰을 받게 되는지 시술 전반에 대한 전문의들의 합의된 가이던스가 생겼다”라며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해외 학계와 지속 중인 교류·협력 활동도 소개됐다. 학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간암학회(ILCA)와 조인트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유수종 대한간암학회 학술이사는 “작년에 ILCA와 처음으로 함께 심포지엄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라면서 “앞으로도 국제협력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들은 물론, 간호사와 환자를 아우르는 협동이 필요하다는 의제에도 방점이 찍혔다. 학회 교육위원회는 전임의, 전공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전 간암 치료’ 주제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대한종양간호학회와 협력해 암 환자 관리, 환자 대상 교육, 간호, 정서적 지지를 집대성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김경식 대한간암학회 차기 회장은 “간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다. 의사끼리만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치료가 아니다”라며 “교육 프로그램이 치료의 성과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정기학술대회에는 총 443명이 참석해 지난해(495명)와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학회 임원들은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지는 혼란한 상황에도 많은 참석자가 행사에 관심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김영석 대한간암학회 부회장은 “의료현장이 몹시 어려운 시기임에도 의사들은 환자 치료와 의료계 발전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 이번 학술대회에도 여러 사람이 관심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연구와 학술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분들이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