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사외이사’ 모시는 재계 [‘뜨거운’ 주총 시즌 개막]

입력 2024-03-18 16:10 수정 2024-03-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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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교수ㆍ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임 열중
거수기 전락에…감시·감독 역할 미흡 지적도

▲지난해 3월 1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현장 ( 조현호 기자 hyunho@)
▲지난해 3월 1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현장 ( 조현호 기자 hyunho@)

주요 기업들이 경영 불확실성을 타파하기 위해 전문성과 경력이 풍부한 사외이사 모시기에 한창이다.

사외이사는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사업 방향성에 관해 조언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사외이사가 자문이나 정보수집 역할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경영 감시·감독 등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신규 사외이사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신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국장, 국제업무관리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거쳐 2013~2015년 제4대 금융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삼성전자의 사외 이사진에 장관급 금융 관료가 내정된 건 처음이다. 미·중 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인재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추천 이유에 관해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전략적인 제안이 중요해진 만큼 신 후보는 금융·재정 전문가로서 회사의 자금 운용 및 글로벌 전략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로봇사업 강화를 위해 조혜경 한성대학교 AI응용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그는 2022년 한국로봇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재무 건전성 및 기술 강화를 위한 인재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경영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최 고문은 미래에셋금융그룹 창립 멤버로,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등을 지낸 자본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26여 년간 투자업계에서 쌓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대글로비스에서 주주권익 보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같은 날 케네스 위텍 텐스토렌트 최고전략책임자를 외국인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한다. AMD, 테슬라, 구글 등에서 활동해 온 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의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인경 MBK파트너스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미래에셋증권 창립 멤버인 그는 자본시장 및 전략투자 분야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9일 주주총회에서 김성한 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 그는 각국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현시점에서 외교·통상 분야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HD현대중공업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한 신동목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를, HD현대인프라코어는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사외이사들이 전 직장 네트워크 등을 이용한 자문, 정보수집이나 거수기 역할에만 그치면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 기준 상위 14개 국내 상장사 중 12개사 사외이사들의 안건 찬성률이 1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나온 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 이사회 거수기 문화는 지속되고 있다”며 “이사회의 견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대기업 사외이사들은 높은 보수와 좋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과도한 혜택을 줄이고, 인적 네트워크 측면에서 경영진이나 오너 등과 연관성이 적은 인사를 선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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