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가격안정법 등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정부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사실상 쌀 의무매입에 가격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시장 왜곡은 물론 농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1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에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양곡법 개정안을 포함한 6건이 통과됐다.
앞서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 단경기(7~9월) 또는 수확기(10~2월) 가격이 평년 대비 5% 하락 시 격리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의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정부는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지금도 과잉인 쌀 생산이 늘어나고 쌀값은 오히려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매입하기 위한 재정 부담이 커져 농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도 개정안을 거부한 주된 이유였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의무매입이라는 언급은 빠졌지만 가격 폭락이나 폭락이 우려될 때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의무매입제가 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우려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2030년 연평균 초과 생산량이 43만 톤까지 늘어나고 산지 쌀값도 80㎏ 기준 현재보다 낮은 17~18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의무매입제로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 등 쌀 의무매입 부작용은 여전하고,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쌀을 매입할 때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수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기준 설정 등에서 갈등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농안법도 농업 발전을 저해를 가져온다고 우려한다. 농안법에 담김 농산물가격안정제도는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예산 범위 내에서 기준가격을 확정해 고시하고, 양곡을 비롯해 채소와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내려가면 생산자에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제도가 시행되면 쌀을 비롯해 양파와 마늘 등 쌀과 이모작, 후작을 할 수 있는 작물 재배가 늘어나고 과잉생산, 가격 하락은 물론 품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예상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주요 5대 채소류에 대해 평년 가격 기준으로 최저가격보장제를 실시하면 품목과 작형에 따라 최대 41.2%의 증산 효과를 가져오고 가격은 최대 67%가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5개년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했을 때를 가정했을 때는 1조1906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산정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안정제도는 가격하락과 재정낭비 부작용으로 폐지된 쌀 변동직불제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품질에 상관없이 생산량만 늘리게 되면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준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은 뻔하고, 가격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감축대상 보조금으로 분류돼 온전하게 지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쌀 수급정책을 세우는 한편 의무자조금단체 등을 통해 자율적인 수급조절 체계를 구축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안정을 위해 이미 공공비축미와 식량원조용 쌀을 매입했고 수급관리에 나설 방침"이라며 "의무자조금단체가 수급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재 운영 중인 채소가격안정제가 실질적인 가격 관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계약 재배목표와 가격 차이 보전 금액을 상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