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일부 점포만 등급 올려
현대, ‘투홈’ VIP 할인혜택 줄여
일부 백화점 고객 불만 잇따라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 신기록 행진 중인 국내 빅3(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사가 새해 들어 일제히 우수고객(VIP) 선정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실적 확대를 위해 VIP 진입 장벽을 높여 충성도를 높이고 소위 돈 되는 고객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VIP 등급은 올해부터 상향돼 2025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이미 기존 VIP 고객 등급 7개를 5개(에비뉴엘 블랙, 에비뉴엘 에메랄드, 에비뉴엘 퍼플, 에비뉴엘 오렌지, 에비뉴엘 그린)로 축소하며 VIP 체계를 정비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일부 등급별 기준 실적을 상향했다. 에비뉴엘 퍼플 등급의 연간 구매실적은 4000만 원 이상에서 5000만 원 이상으로, 에비뉴엘 오렌지 등급은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상향 된다. 특히 매출이 높은 본점·잠실점·부산본점·인천점은 더 많은 구매 실적이 필요하다. 이들 4개 지점의 에비뉴엘 오렌지 등급 기준은 작년 2000만 원 이상에서, 올해부터는 2500만 원 이상 구매 실적이 있어야 한다. 필요 실적은 그대로 두되, 혜택을 대폭 줄인 경우도 있다. 연간 1000만 원 이상 실적이 필요한 에비뉴엘 그린 등급은 발레 파킹(valet parking) 서비스, 라운지 사용, 에비뉴엘 전용 주차장 혜택이 올해부터 제외된다.
신세계백화점도 본점·강남점·센텀점·대구점 등 연매출이 높은 점포들의 VIP 시설 이용 기준을 일부 등급별로 상향조정했다. 신세계백화점 VIP는 총 6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연간 구매 금액에 따라 신세계백화점 VIP 클럽은 총 6개 등급으로 나뉜다. 연간 구매 금액에 따라 △400만 원 이상 레드 △800만 원·1500만 원 이상 블랙 △2000만 원 이상 골드 △4000만 원 이상 플래티넘 △6000만 원·1억 원 이상 다이아몬드 △매년 구매 금액 최상위 999명이 트리니티 등급이다.
해당 4개 점포의 경우, 플래티넘 등급 전용 공간인 ‘퍼스트라운지’ 입장에 필요한 연간 실적이 4000만 원에서 4500만 원으로 상향됐다. 또한 골드 등급 전용 ‘멤버스라운지’도 연간 20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이용 실적 기준을 높였다. 골드 등급의 경우, 4개점의 발레파킹 서비스 제공기준을 작년보다 500만 원씩 상향조정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는 백화점 VIP(자스민 클럽)의 실적 선정 기준의 변동은 없지만, 식품전문온라인몰 ‘투홈’의 VIP에게 제공하던 할인 혜택을 축소했다. 레드 등급(월 100만 원 이상)에게 제공하던 8% 상시할인 혜택을 6%로 줄였고, 오렌지 등급(월 60만 원 이상)은 6%에서 4%로, 옐로우 등급(월 40만 원 이상)은 4%에서 2%로 상시 할인 혜택을 모두 낮췄다. 최하위 그린 등급은 2% 할인 혜택마저 사라져 사실상 등급 자체가 폐지됐다.
백화점업계가 이처럼 VIP 산정 기준을 높인 것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영향과 쾌적한 사용시설 유지를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은 충성 고객이기도 한 VIP의 숫자가 늘어나면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전체 모수를 늘리기 위해서 VIP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객 불만은 적잖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에비뉴엘 오렌지 등급을 획득한 김가영씨(가명·32)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집 가까워서 잠실점 VIP가 되고 싶었는데 기준이 상향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지점을 택했다”며 “매해 기준이 높아져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