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사정 악화·외부 자금 조달 어렵다 응답 모두↑
매출 규모 작으면 이자 부담 커…내년 전망 ‘부정적’
우리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기업들의 내년도 자금 사정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역협회)는 28일 ‘제4분기 무역업계 금융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역협회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무역업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분기별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무역업계 514개 사를 대상으로 이달 중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분기 다소 완화됐던 수출기업의 금융 애로가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해 금리 동결 및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 사정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자금 사정이 ‘매우 악화’하였다는 응답(12.7%→13.0%)과 외부 자금 조달 사정이 ‘어렵다’라고 응답(45.9%→49.6%)한 기업이 지난 3분기(9월) 조사 대비 각 0.3%포인트(p), 3.7%p 증가했다.
특히 자금 사정 악화 원인으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64.1%, 복수응답)’이 1순위로 꼽혀 전 분기 대비 경기 침체 등 비용 상승에 따른 애로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 부진(57.1%), 금리 인상(50.0%), 인건비 상승(28.8%)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자 비용이 ‘영업 이익보다 크다’는 응답은 전 분기 16.4%에서 17.1%로 늘었으며 이자비용이 영업이익과 같다는 응답은 3분기 연속 늘어 36.4%로 나타났다. 또한 매출 규모 100억 원 이하 기업군에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크다는 응답이 높아 중소기업일수록 고금리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출 규모 10억 원 미만 기업 중 이자비용 부담이 더 크다고 응답한 비중은 27.1%에 달했다.
자금 애로 극복 수단으로 기업들은 제1‧2금융권 대출(70.4%), 정책 금융 이용(54.9%), 일상 경비 축소(25.9%) 순으로 응답했다.
전 분기 대비 ‘정책 금융 이용’ 응답률이 7.1%p 증가(47.8%→54.9%)하여 정부의 정책금융 확대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책 금융 이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신청 시기가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문항의 응답률(1.3%→27.8%)이 크게 상승하여 하반기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금융 기관 예산 소진으로 해소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이 응답한 2024년 연간 종합 자금 사정 지수(TF-BSI)는 76.8로 부정적인 응답이 우세해 내년에도 기업들의 금융 애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TF-BSI는 현재 대비 내년도 자금 사정에 대한 전망으로,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판단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각종 금융 지원 대책과 기업의 매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장기화가 누적되면서 기업들의 금융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수출 산업이 고금리와 금융 비용 부담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보다 세심한 정책집행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무역협회도 수시로 기업들의 금융 애로를 파악하여 정부에 해소를 건의하는 등 수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