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벌인 글로벌 투자은행(IB) 사건 수사에 들어간다. 불법 공매도 사건이 검찰 수사 단계로 넘어간 첫 사례여서 이 사건이 첫 판례를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처벌로 이어질지, 총선 전 반짝 이슈로 끝날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BNP파리바와 HSBC가 무차입 공매도를 고의적이고 대규모로 지속해 왔다고 보고 있다. 과거의 사건들은 단순히 전산 착오의 문제이거나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였으나 이번 사건은 불법성을 띤다는 점에서 사건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PNB파리바와 HSBC 장기간 무차입 공매도를 주문‧수탁해왔다며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 과징금 총 265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 조치했다. 김철 법무법인 이강 변호사 등 고발인도 BNP파리바와 HSBC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공매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공매도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낮은 가격으로 다시 사서 차액을 얻는 투자법이다. 다만,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에 어긋난다.
검찰이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수사하며 파악해야 할 부분은 사전 차입 여부다. 주식을 빌리는 ‘차입’이라는 과정 없이 공매도를 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사전 차입이 있었는지, 그 경위와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공매도는 증권사가 허용해야 가능한 것으로 그 절차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증권사 밖에서 확인이 어렵다”며 “금융감독원처럼 감독권한이 있는 기관 외에는 적발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 단계에서 이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공매도의 흔적은 있다 할지라도 시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거나 직원의 단순 실수였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 없이 마무리된 사례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입할 때는 계약서를 쓰는데 전산으로 의무화된 것이 아니다”라며 “공매도 주문을 넣을 때 어디에서 주식을 빌려오는 지를 확실하게 하지 않고 증권사도 이를 확실하게 파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3월 8일 금융투자사 UBS AG와 ESK자산운용의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해 각각 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공매도 관련 첫 과징금 부과 사례인데, 검찰 고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증선위는 이 투자사 직원들이 잔고시스템에 A 종목명과 유사한 B 종목 차입내역을 착오로 입력했고, 이를 매도주문하며 차입 없이 공매도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향후 수사가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관계자는 “과거 사건들이 그랬듯 증권사들은 ‘직원의 불찰’이라는 논리로 방어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 사건을 다수 다뤄본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불법 공매도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은 이전부터 이어져왔지만 총선이 다가오자 개인 투자자들의 처벌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과거 다른 사건에서 그랬듯 직원의 실수나 오류로 치부할지 엄하게 처벌할지 향후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