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차녀 우지영 씨의 개인 회사인 태초이앤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중견건설사를 인수한다. 태초이앤씨는 설립 이후 이렇다 할 사업이 없이 SM그룹 계열사에 의지하면서 유지해 온 만큼 이번 중견건설사 인수 자금 조달과 인수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도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에 따르면 태초이앤씨는 최근 에치엔아이엔씨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이며 취득 주식 수와 취득금액은 최종 확정 시 공시된다.
도급순위 130위권인 에이치엔아이엔씨는 범현대가 일원인 정대선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아파트 브랜드 '헤리엇'과 상업용 건물 브랜드 '썬앤빌' 등을 갖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 악화와 PF 시장 경색 등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올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현재 에이치아이엔씨의 몸값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도급순위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 수준인 200억 원 대일수도 있고 이보다 낮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태초이앤씨가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란 점이다.
우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태초이앤씨는 2017년 7월 설립돼 작년 말까지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올라온 태초이앤씨의 연도별 매출액을 보면 0으로 돼 있거나 표기가 없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기업에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입력하는 데 표기가 없는 것도 해당 업체에서 제출한 자료에 매출이 없다고 돼 있었던 것"이라며 "정말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당 업체가 그렇게 보고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없다 보니 설립 후 작년 말까지 줄곧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7년과 2021년은 각각 7900만 원, 47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2018년과 2019년, 2020년, 2022년은 각각 1200만 원, 7900만 원, 9700만 원, 3억9800만 원 순손실이었다.
태초이앤씨는 이런 상황에서 SM그룹사에서 돈을 빌려 회사를 유지해왔다. 태초이앤씨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차입' 공시 건수는 23건이다. 매년 서너 번씩 차입을 한 셈이다.
태초이앤씨는 설립 1년이 안 된 2018년 6월부터 SM상선이나 경남기업으로부터 수억 원 단위의 운영자금 단기차입을 반복했다. 우 대표도 회사에 돈을 빌려줬다. 2021년에는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36억 원 규모의 토지를 계열사에 매각하고 우 대표가 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도 했다.
에치엔아이엔씨 인수 자금도 계열사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태초이앤씨는 올해 4~5월 SM상선에 우 대표가 보유한 삼환기업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총 338억 원을 단기차입했다.
태초이앤씨가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는 가운데 에이치아이엔씨 인수 후에도 정상화까지는 비용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SM그룹 계열사로부터의 대규모 차입이 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회계사는 "진행되는 사업이 전혀 없다 보니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고 외부에서 투자유치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모습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