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암 사망률이 37.4%p 감소했지만, 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암학회는 ‘암 연구동향 보고서’를 발간하며 암 연구 예산을 늘리고 글로벌 치료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허가와 급여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암학회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암학회 연구동향 보고서 2023’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보고서는 국립암센터의 암정복추진연구개발 사업 지원으로 대한암학회가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암 진단 및 치료원칙, 암종별 역학 통계, 국내 암 분야 기초연구 동향 및 임상시험 현황, 미래 암 진단 및 치료 기술과 관련 시장 분석까지 분야별 암 연구동향이 광범위하게 총망라됐다.
국가 암 등록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42.9%였던 국내 암 5년 생존율은 2020년 기준으로 71.5%로 올라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암 발생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0년 14만4896명이었던 전체 암 발생자는 2020년 24만7952명으로 늘었다. 2020년 기준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암 경험자는 22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인구로 본다면 약 13.4%가 암 유병자다.
암 발생자가 늘면서 암 사망자 수의 절대적인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2001년 대비 2021년 국내 모든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92명이 감소했다. 약 37.4%p 줄어든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한암학회는 암 진단 및 암 치료 기술의 발전, 건강검진 수검률 향상에 따른 조기암 발견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암정복추진기획단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암 발생자가 지속해서 늘고, 암 유병자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암을 해결하지 않고서 국민 건강을 향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라면서 “우리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암 예방과 진단, 치료, 암 생존자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은 관련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고서 발간위원장을 맡은 김태용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은 치료 과정이 길고 복잡하며, 병리, 진단검사, 영상의학 및 핵의학 등 다양한 진단적 접근과 수술, 항암 화학요법, 암 면역치료, 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재활 및 완화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라며 “최근 발전하는 국내·외 암 연구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암 연구자들과 암 정책입안자에게 국가암연구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라고 보고서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유도함으로써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1999년부터 일반 건강검진과 별도로 국가암검진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6개 암종에 대해 국가암검진사업을 하고 있는데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암종이다.
국내·외 암 임상시험 현황 분석을 살펴보면 한국은 2020년 이후 미국,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글로벌 8위 임상시험 수행국가다. 특히, 위암과 간암 임상시험은 전 세계 3위권이며, 폐암과 유방암은 세계 10위권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암 관련 시장은 전체 치료제 및 진단 시장의 약 10~18%를 차지한다. 2025년 기준 3270억 달러(약 42조38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국내 암 관련 치료제 및 진단 시장은 2018년 11억 달러(약 1조4200억 원)에서 2025년 22억 달러(약 2조85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암 연구개발에 대한 연구 예산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생명·보건의료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국민건강보건 및 사회적·경제적 이슈에서 암이 차지하는 의미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 비춰본다면, 암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항암제의 국내 승인은 미국 대비 평균 3~4년 늦고, 급여까지 추가로 1~2년이 소요돼 실제 국민이 사용되기까지는 통상 4~6년 뒤처진다. 국내 환자들에게 글로벌 표준치료가 늦게 도입되는 것은 임상시험의 기회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어 신약 허가·급여도입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