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감서 ‘가계부채 쓴소리’…“집값 기대감에 디레버리징 지연·금리 인상도 고려”[종합]

입력 2023-10-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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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7년 만에 현장국감 실시
가계부채-통화정책 질의 이어져…“인상 기조 너무 일찍 멈췄다” 지적도
이 총재, 디레버리징 원인·주택 관련 보증 확대·금리 인상 가능성 답변
한은, 부동산·PF에 경고도 “PF, 취약성 언제든 부각될 수 있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쓴소리를 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 인상도 고려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23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은 본관에서 기재위 국정감사가 열렸다. 한은 현장국감은 7년 만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가계부채 위기의 정도와 이를 관리하기 위한 통화정책과 관련해 질문이 집중된 것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감소’로 방향을 전환한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8·9월에 5조~6조 원가량 늘었고, 9월에는 2조7000억 원 줄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두 달 변화한 것을 가지고 완전 트렌드가 바뀌었는지 걱정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2~3개월 가계부채가 과연 5조·6조·7조 원으로 계속 늘어날지 아니면 정책을 조여(긴축) 바꾼 방향으로 가서 안정화될지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완화 정책으로 기준금리 효과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한 것에 대해 이 같이 답한 것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크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거의 많은 부분이 부동산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간다는 기대가 커진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이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너무 일찍 인상 기조를 중단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이 총재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물가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도 보고 판단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주택 보증 규모가 증가한 것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유 의원은 “주요 금융공기업들의 보증잔액이 2017년 대비 거의 2배씩 올라가고 있다”며 “주택금융공사(HUG),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공사(SGI)를 봐도 2013년 대비 3배 정도씩 보증액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정부의 보증 규모가 증가하면서 한은 금리정책의 경제효과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보증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 같다”며 “그런데 어느 정부에 관계없이 지난 몇 십년 동안 계속 늘어난 것은 사실은 이런 것을 통해서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온 면이 있다. 공급 측의 보증을 하더라도 수요 측은 보증 안 하는 것이 맞는 방법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그러면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가계부채와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가계부채의 문제만을 별도로 본다면 지금은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서 가계부채를 잡으려고 노력해보고 안 되면 그 다음 순서로 금리를 동원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금리를 동원할 때 그 시점에서 물가라든지 다른 여러 가지 변수를 보고 바로 그 시점이 좋은지, 아닌지는 금통위원들과 상의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계부채에 관해서는 미시정책을 먼저 해보고 안 되면 거시정책이 금리로 가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또다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다섯 차례 정지시키고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에 (금리가) 곧 내려가겠구나 이런 생각에 다시 집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금리를 낮춘 상태에서 동결했으니깐 ‘곧 내릴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제적인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니까 그 문제를 꼭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까 하는 결정에 있어서는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계대출을 볼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내려가지 말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능력이 없으면 그 금리가 상당히 유지될 때 갖고 올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투자하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기재위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PF시장에 대해 경계감이 완화됐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PF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2조8000억 원 증가했다. PF대출 연체율은 2분기에 전분기 대비 0.16%포인트(p) 상승했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PF 시장의 취약성이 언제든지 부각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PF 시장의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및 감독당국,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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