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자가 유치물을 무단으로 임대한 경우 그 임대차가 종료한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유치권자의 무단 임대행위 종료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유치권자와 그 점유보조자인 피고들을 상대로 유치물소멸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건물인도 등을 청구한 상고심 사건에서, ‘무단 임대가 종료한 후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에게는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피고 A 씨는 2006년께부터 채무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아들 부부와 함께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 A 씨는 2007년 10월 4일부터 2012년 2월 3일까지 해당 부동산을 당시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임대했다.
2018년 5월 21일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A 씨와 A 씨 아들 부부 등 피고들을 상대로 부동산 인도청구 및 사용이익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하지만 피고들은 유치권 항변을 했고, 원고는 원심에서 무단 임대를 이유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했다.
1심 법원은 “유치권은 점유하는 물건으로써 유치권자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우선적 만족을 확보하여 주는 법정담보물권”이라는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지만 1심과 마찬가지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대법원은 임대행위 종료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봐,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민법 제324조에서 정한 유치물소멸청구는 유치권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채무자 또는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은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법 324조는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