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중앙은행에 압력
대선 전 인플레 정점 상황 피하려 해”
러시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대선 전 경제를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로 통화정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와 재계 거물들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퍼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5선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15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긴급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8.5%에서 12%로 3.5%포인트(p) 올렸다. 미국 달러당 루블화 가치가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7.5%에서 1%p 인상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한 달 만에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배경에 푸틴 대통령의 내년 대선 준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면 중앙은행이 다음 정례 통화정책회의까지 금리 인상을 보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선거 전 루블 가치 급락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급히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며 “푸틴의 측근들은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실질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선거 전 회유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과 3개년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인 알렉산데르 이사코프는 “러시아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통화 긴축이 우선시되고 있다”며 “루블화 약세가 지속되면 물가상승률이 1~1.5%포인트(p) 뛸 수 있다. 3월 대선을 앞둔 최악의 타이밍에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위는 바그너그룹의 반란 이후 큰 타격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그의 5선에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엘리트층 내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생존을 보장해 줄 최선의 선택지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국제안보연구소(SWP)의 니콜라이 페트로프 연구원은 “푸틴이 (대통령직을) 떠난 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엘리트들에게는 현상 유지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크렘린궁이 이번 대선을 통해 푸틴 대통령을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과의 대결에서 전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지도자로 제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