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수입이 큰 폭으로 늘면서 국내 맥주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은 당장 매출에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경쟁 격화에 대한 우려는 내비쳤다.
17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239% 증가한 7985톤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동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소매시장에서도 일본 맥주 소비는 큰 폭으로 신장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6.7% 늘었다. 흔히 '노 재팬(NO, Japan)'으로 불리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직후인 2019년 같은 기기관 비교하면 455.7% 증가한 규모다.
특히 뚜껑 전체를 따면 크림이 몽글몽글 올라와 화제를 일으킨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은 올해 5월 정식 판매를 앞두고 소비자들은 일부 대형마트에선 오픈 런 경쟁까지 벌였다.
업계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미 4년 전 일이고,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우호적 외교관계를 보이는 한편 최근 엔데믹으로 일본 여행이 늘면서 일본산 맥주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 수요 증가는 불매운동의 영향이 줄어든 탓도 있고, 구매를 망설였던 사람들이 늘어난 수요에 편승해 폭발적으로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면서 국내 맥주업체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415억 원, 영업이익이 1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9%, 80.9% 감소했다. 롯데칠성 주류 부문 역시 매출액은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억 원으로 75.8% 급감했다.
수제맥주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1년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의 지난 1분기 매출은 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줄었고, 영업손실은 21억 원으로 39.3% 늘었다. 지난달 12일에는 전체 임직원(1분기 공시 기준 직원 수 125명)의 40%에 대해 희망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늘어난 원자재 가격에 더해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국내 맥주업체들의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가 영업이익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경쟁을 치열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은 당분간 일본 맥주 수요가 늘어나되, 노 재팬 현상 이전의 아성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불매운동 이전과 주류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 맥주 종류도 늘어났고 맥주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를 가미한 하이볼과 와인의 인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 맥주 인기는 벨기에, 독일 등 타국가 수입 맥주의 수요를 밟고 올라간 면이 있다”며 “당분간 일본 맥주 인기가 지속하겠지만 수입 맥주 1등이던 시절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