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사처벌 3%’ 강력범죄, 10대 가해자가 웃는다

입력 2023-08-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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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만 14~18세 소년범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일쑤라고 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 공개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대 강력범죄로 송치된 소년 사건 1만8084건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건은 567건에 불과했다. 3.1%다. 나머지 1만7517건(96.9%)은 전과가 남지 않는 보호처분에 그쳤다. 형사사법의 명암을 드러내는 씁쓸한 통계다.

5대 강력범죄는 살인, 강도, 강간, 강제추행, 특수폭행을 가리킨다. 성인의 범행으로 입증된다면 솜방망이 판결을 내놓기가 거북할 것이다. 하지만 10대 소행이라면 재판부의 눈빛부터 달라진다. 어제 통계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도(17.9%), 강간(6.5%), 강제추행(1.4%), 특수폭행(2.3%)의 형사처벌 비율은 매우 저조했다. 만 14~15세의 강간·강제추행 사건 380건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살인(54.8%)만 50% 넘게 형사처벌 됐을 뿐이다.

요즘 10대는 신체 발달 측면에서 성인에 못지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부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15세에 해당하는 중3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0.5㎝로 성인 남성 평균치(172.5㎝)에 육박한다. 적어도 완력에선 성인 평균을 웃도는 청소년이 많은 것이다. 이에 반해 이 연령대의 범죄 인식은 날로 무뎌지는 분위기다. 최근 사회관계망(SNS)에 ‘살인예고 글’을 올려 사회 혼란과 공포를 부추긴 이들의 상당수도 청소년 연령대다.

현실이 이런데도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 법원이 소년 범죄를 온정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부수는 강력범죄에까지 온정주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소년범죄가 성인 범죄에 못지않게 잔혹한 현실도 직시할 일이다.

3.1% 형사처벌 통계는 왜 10대 강력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지 설명해 주는 자료일 수 있다. 솜방망이만 앞세우는 관습을 원점 검토해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소년분류심사원 증설, 보호관찰 인력 증원 등 소년사법 체계의 여러 미비점을 보완하고 사법부는 엄정한 판결로 임할 일이다.

만 14세 이상과 달리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촉법소년의 연령하향 조정도 검토할 때가 됐다. 촉법소년은 만 10~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다. ‘살인예고 글’을 올린 10대 중에도 촉법소년이 상당수에 달하지만, 법망은 무력하기만 하다. 법무부는 지난해 나이를 낮추는 취지의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2세 혹은 13세로 하향하는 의원 입법안도 쌓여 있다. 피해자 고통을 살피는 대신 가해자 인권만 중시하는 법 구조의 모순 때문에 반발이 가시화하는 것이다. 강 의원은 “보호처분이 흉악범의 형사처벌 회피 경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차제에 촉법소년 연령하향까지 포함한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형사처벌 3.1% 통계 밑에서 피해자는 울고, 10대 가해자는 웃는 꼴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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