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교육 줄이기 대책 중 하나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서울 주요 학군지 인근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몰리는 모양새다. 전통 명문 학군으로 불리는 대치동·목동·중계동 일대 주요 단지들에서는 전셋값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신고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이달 22일 전세 보증금 7억8000만 원에 신규 거래됐다. 이 가구 직전 전세 거래는 지난해 6월 21일 이뤄졌는데, 당시 거래가였던 7억2450만 원과 비교하면 13개월 새 5550만 원 오른 것이다.
인근 또 다른 단지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93㎡형eh 이달 20일 18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 직전 전세 거래였던 3월 22일 15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4개월 새 3억 원 오른 값에 거래된 것이다.
전세 신고가 거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244㎡형은 지난달 보증금 42억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 직전 전세 신고가는 2019년 5월 36억 원이었다. 올해 3월에도 36억 원에 거래되더니, 지난달 이보다 6억 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가 경신된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문의는 꾸준히 있고, 집주인들도 호가를 조금씩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사교육 축소 발언이 이 일대 아파트 전세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지는 체감이 안 된다”고 귀띔했다.
전세 거래가 늘면서 이 일대 전세물건도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7일 기준 대치·도곡동 전세 매물은 전체 160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의 사교육 축소 발표 직후였던 지난달 27일 1798건과 비교하면 약 11% 감소한 수치다.
대치동과 함께 서울의 3대 학군으로 불리는 목동과 중계동 일대 단지들 역시 전셋값 상승거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1단지 전용 65㎡형은 이달 보증금 5억3000만~5억5500만 원 선에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이 지난달 4억1800만~5억1000만 원 선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1억3700만 원 상승한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 5단지 전용 44㎡형은 이달 24일 1억8500만 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비슷한 층이 지난달 1억6000만 원에 새로 계약서를 썼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500만 원 오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24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9% 오르면서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천구 역시 지난주 대비 0.09% 상승하면서 10주 연속 올랐다. 노원구 아파트 전셋값은 17일(0.03%) 상승 반전 이후 24일(0.03%)까지 오름세를 이어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치·중계·목동 등 일명 명문 학군으로 불리는 곳들은 굳이 학군 이외에도 이미 교통, 편의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자체가 좋아 수요를 견인할 만한 요소가 많다”며 “설령 정부 발표로 사교육 시장이 축소되더라도 수요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