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자금 유출 이어질 전망…“국내 이용자 자산 빼놓아야”
바이낸스가 연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칼날에 달러 입출금을 중단하기로 했다. 바이낸스 측은 “SEC가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해 극도로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입금 중단 이유를 밝혔다.
9일 바이낸스US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달러 입금을 중단하고, 13일부터는 출금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US는 “우리와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는 SEC의 위협적인 전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으나, (연이은 규제로) 우리와 함께 일하는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면서 “고객과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 우리는 USD 예금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바이낸스US는 당분간 달러 거래 없이 코인마켓 거래소로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낸스US는 “가상자산 전용 거래소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모든 고객 자산에 대해 1:1 준비금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의 거래, 스테이킹, 예금 및 인출은 계속해서 완벽하게 운영된다”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올해 초부터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바이낸스는 5일(현지시간) SEC가 증권법 위반 및 워시트레이딩·사기 혐의로 제소한 이후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 CEO의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고객 자금 유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EC 제소 이후 24시간 동안 바이낸스에서 총 4억9190만 달러(약 6433억 원)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갔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 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제소하면서 △솔라나(SOL) △샌드박스(SANDBOX) △에이다(ADA) 등 메이저 알트코인 19종을 증권이라고 판단해 시장이 출렁거렸다. 바이낸스가 발행한 BNB(바이낸스 코인)/BUSD(바이낸스 스테이블 코인) 가격도 하락세를 그렸다. 바이낸스 뿐 아니라 전체 중앙화 거래소 자금이 탈중앙화거래소(DEX)로 이동하는 흐름도 관측됐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역시 바이낸스발 리스크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가상자산과 함께 발행한 BNB(바이낸스코인), BUSD(바이낸스 스테이블 코인)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이비트는 30일을 기해 바이낸스가 발행한 BNB/BUSD 관련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SEC가 연방 법원에 바이낸스 자산을 동결해달라는 긴급 명령까지 요청하면서 거래소 이용에 신중할 것을 조언한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관측이지만, 자산 동결 요청이 인용 되면 한국 이용자들은 FTX 사태처럼 자금이 묶이게 될 수도 있다”면서 “바이낸스 국내 이용자들이 자산을 빼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