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3% 미만의 저금리 대출 비중은 줄어
중소기업계, 고금리 허덕일 때 은행가 최대 영업이익 등 돈잔치에 '불편'..."상생금융 정책 촉구"
지난해 중소기업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피해에서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계는 고금리로 인한 고통을 분담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에서 금리가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은 28.8%로 나타났다.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전년과 비교하면 무려 9.6배 커졌다. 5% 이상 금리 비중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8.6%에서 2020년 3.6%, 2021년 3.0% 수준으로 내리 떨어졌지만 지난해 30% 육박하는 수치까지 급증했다.
반면 3% 미만의 저금리 대출 비중은 △2019년 24.8% △2020년 61.4% △2021년 60.9%로 확대되다가 지난해 11.9%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소기업들의 금융 부담이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도 지난해 12월 5.7%로 1년 전(3.37%)보다 1.7배 높아졌다. 이는 2012년 6월(5.81%)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특히 중소기업 금융비용 부담은 대기업보다도 컸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에서 금리가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은 18.9%였다. 전년(3.0%)보다 6.3배로 커졌지만 중소기업의 증가폭보다는 적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19년 716조 원에서 △2020년 804조 원 △2021년 886조 원 △2022년 953조 원으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증가폭은 줄었지만 대출잔액 총액은 1000조 원에 근접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계는 기업들이 5%가 넘는 고금리 등 금융비용에 짓눌려 경영난이 가중되는 동안 시중은행들이 수억대 성과급 등으로 ‘돈잔치’를 벌인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5~17일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금리 관련 중소기업 금융애로’ 조사에선 은행이 누린 사상 최대 영업이익 성과에 대한 부정적(79.3%) 여론이 상당했다. ‘과도한 예대마진 수익’(62.2%)과 ‘과도한 퇴직금 및 성과금 지급’(22.7%)을 이유로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은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벤처기업협회 등 16개 단체는 20일 중기중앙회에 모여 금융가와 기업 간 이같은 온도차를 지적하고, 상생 금융을 촉구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 경영상 고통을 받았는데 금융권은 오히려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작년에만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5%대 소비자물가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금융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고 상생금융 정책 마련에 한 목소리를 냈다. 고금리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사 결과 기업들은 고금리 부담완화 및 금융권 상생금융 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 ‘은행의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73.7%)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이차보전 지원사업 등 금리부담 완화 정책 확대 △저금리 대환대출 △금리인하 요구권 등 실효성 제고 등 상생 정책 활성화 등을 지목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IMF 위기 때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한 만큼,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며 “R&D처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대출은 담보물 없이도 할 수 있도록 중기전용 신용평가 기준을 만들어달라”고 읍소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행동도 요구했다. 은행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지수화해 상생금융지수를 만들어 평가하고, 상업은행이 투자은행도 겸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해외 주요 국가는 상업은행이 투자은행도 겸업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 쉬운 이자 장사만 한다”며 “글로벌 100대 금융회사는 이자수익이 절반 정도지만 한국은 90%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은행이 상생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평가하는 상생지수가 없다”면서 “사회적 화두가 상생인 만큼 제조업에 활성화된 상생지수를 금융에도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