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원래 주인에게 사용 목적을 속이고 카드를 받아썼다면 ‘부정사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2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B 씨에게 “당신의 항소심 재판을 위해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성공사례비를 먼저 줘야 한다”고 속여 B 씨의 신용카드를 받아 간 뒤 약 3000만 원을 임의로 쓴 혐의를 받는다.
1심은 A 씨에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신용카드 부정사용’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지만 2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은 B 씨가 본인 의사로 A 씨에게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줬으니 A 씨가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어떻게 썼는지에 관계없이 신용카드 부정사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기망(남을 속임)해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06년 대법원은 ‘기망해 취득한 신용카드’를 ‘소유자‧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그의 점유를 이탈한 신용카드’라고 해석했다. 2심의 무죄 판결에는 이런 대법원 판례를 근거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용카드 부정사용’죄가 성립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B 씨가 직접 신용카드를 건네기는 했으나, 이는 A 씨의 기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에 기인한 처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