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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업체들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인지도 상승과 과감한 투자가 맞물리면서 라면 수출액은 올해 신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원재료 가격 폭등과 환율 상승 등 대외적인 악재로 실적 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3억8340만 달러(약 5020억 원)로 신기록을 달성했던 지난해 상반기(3억1969만 달러, 약 4186억 원)보다 약 20% 증가했다.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1년만에 수출액 신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K라면은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고자 '집콕'을 한 외국인들이 기존에 자주 먹던 일본 라면 등과 달리 차별화된 맛을 자랑하는 한국 라면을 찾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지도가 급등했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농심 짜파게티+너구리)’도 K라면 인기에 크게 이바지했다.
K라면이 인기를 얻자 라면업체들은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삼양식품은 올해 5월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밀양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밀양공장은 부산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총 2400억 원이 투입된 밀양공장은 연간 최대 6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업계 1위인 농심은 라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에서는 델리 셀렉트시티사켓(Select City Saket)에서 ‘신라면 볶음면’ 출시 행사를 했다. 시식 행사에는 무려 5만 명의 현지인이 참석했다.
![▲올해 4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2/04/600/20220424210906_1743938_1199_770.jpg)
역대급 수출 호조에도 라면업계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폭등해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밀(SRW) 가격은 지난달 기준 톤당 371달러이다. 지난해 평균치(258달러)보다 44% 증가했다.
라면업체 실적은 2분기까지 크게 나쁘지 않다. 아직까지는 비축된 원재료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 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뚜기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한 421억 원이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 영업이익 전망치는 44.37% 오른 205억 원이다. 농심만 영업이익(145억 원)이 16.18% 감소했다.
문제는 하반기부터다. 비축 물량이 줄어들면서 하반기부터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기 라면업체들로서는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붕괴된 공급망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만에 1300원대를 넘어서면서 환율 상승까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악재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라면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작년 7월 가격 인상 조치를 취한 지 1년 만이다. 소비자 반발이 예상되지만 제품 가격을 유지할 경우 실적 부진이 우려되는 만큼 업계로서는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하나증권 심은주 연구원은 “농심의 경우 올해 라면 추가 판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3~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현재까지는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