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이 1년 전보다 7.2% 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3.2%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치솟고 있는 물가를 고려할 때 근로자의 실제 임금 상승분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서면서 임금 가치 하락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1~3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408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만4000원(7.2%) 올랐다.
그러나 물가 수준(물가 상승분 제외)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87만6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만7000원(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치다.
월급통장에 찍힌 임금이 전년보다 27만4000원이 더 들어왔지만 물가도 덩달아 오르면서 실제로 오른 임금은 12만7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분기 명목임금 상승률은 전년보다 3%포인트(P)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0.5%P 오르는 데 그쳤다. 그만큼 올 들어 치솟고 있는 물가가 근로자의 임금 상승분을 깎아 먹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1~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8% 올랐다. 이는 작년 전체 상승률(2.5%)을 웃도는 수치다. 아직 임금에는 반영되지 않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했고, 지난달은 5.4%로 치솟았다. 이는 2008년 9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6~7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5%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급등에 따른 임금 가치 하락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물가 급등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측은 물가 급등으로 인해 노동자와 서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위원 측은 생산자물가가 크게 올라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여력이 약화되고,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최저임금 안정화와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물가 급등을 고려한 큰 폭의 임금 인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영세사업장 등 포함) 근로자 간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에서 고물가를 고려해 임금 대폭 인상을 사측에 요구해 관철시킬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 노조가 없고, 경제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근로자의 임금 대폭 인상이 쉽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