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된다. 세계적으로 저성장·고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노사 간 격론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익위원들의 ‘캐스팅보트’도 변수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7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2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앞서 최임위는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를 접수하고, 생계비·임금수준 전문위원회를 ‘열어 ’비혼·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과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심사했다. 17일 회의에선 전문위원회 심사사항 보고와 함께 본격적인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최대 화두는 지난해 논의에서 무산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제 도입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다만, 최저임금 차등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검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도입 여부와 시기에 대해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른 쟁점은 최저임금 인상폭이다. 최임위는 문 전 대통령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 이행을 위해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난 심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에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을 3.15% 수준으로 통제했다.
올해는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가중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8%로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공급 충격에 거리두기 해제 등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가 겹쳐 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이를 이유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으로 1만 원 이상(올해 9160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영계가 ‘차등 없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누적, 2018~2019년 최저임금 급인상으로 인한 고용 충격 경험 등이 이유다. 경영계 요구인 업종별 차등 반영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공익위원들의 입장도 변수다. 최임위는 노동계와 경영계, 고용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는 공익위원 등 총 27명(각각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저임금 결정이 다수결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공익위원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위촉된 현재 공익위원들은 모두 임기가 2024년까지다. 위원회 구성이 유지되는 한 현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