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유통업체들이 ‘인적쇄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인력을 내보내고 20~30대 인재 수급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커머스 등 빠르게 변하는 유통 트렌드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유통업체들은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낸다.
구조조정에 가장 속도를 내는 기업은 롯데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희망퇴직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약 5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올해 두 차례(2월, 10월)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역시 창사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10년 차 직원에서 8년 차 직원으로 확대됐다. 7월 GS샵과 합병한 GS리테일은 지난달 20년 차 이상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기존 인력이 나간 자리는 젊은 인재로 채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9월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냈다. 롯데백화점도 이달 초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나섰다.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이다. 지원자들은 채용연계형 인턴십, 최종 인터뷰 등을 거쳐 채용된다. GS리테일은 올해 하반기 편의점 80여 명, 슈퍼 40여 명, 디지털커머스 20여 명 등 140여 명을 채용한다.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은 기업들도 20~30대 인재 영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내 신세계와 이마트, SSG닷컴 등 14개사는 지난달 신입사원 공개 모집을 했다.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이다. 현대백화점그룹 또한 백화점, 면세점, 홈쇼핑, 그린푸드 등 4개 계열사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임원급에서도 젊은 피 수혈이 이뤄지고 있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성과주의 기조에 따라 승진 임원과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도 전략, 신사업, 기획 등의 업무에 새 얼굴을 기용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56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패러다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자 참신한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며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통기업들이 인적쇄신에 매진하는 이유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유통업계는 최근 이커머스의 급성장, MZ세대 대두, 소비패턴 변화 등 여러 변수에 직면해 있다. 기존 오프라인 위주 사고방식에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통기업들은 세대교체를 통해 신사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매진한다. 롯데는 상대적 약점이라 평가받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에 집중한다. 특히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쇼핑 통합앱 ‘롯데온’을 경쟁사 수준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W컨셉 등 인수한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 간 시너지를 낼 전략을 모색한다. GS리테일은 온ㆍ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강화해 2025년까지 연간 취급액을 현 15조5000억 원에서 25조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