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만난 이광호는 "매듭 행위 안에는 시작과 끝맺음이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상상력과 공간과의 조화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고, 이를 구체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광호 작업의 시작은 드로잉이다. 그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은 유기적이고 섬세하다.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고 있는 이광호의 고민들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PVC, 금속 등 일상에 익숙하게 노출된 산업재료들을 다양하게 재해석하여 표현된다.
이광호는 지난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최된 개인전 이후 두 번째이자, 대구에선 처음으로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리안갤러리는 "서울 개인전 '푸른구성(Composition in Blue)'에서는 적동과 칠보를 사용한 금속 연작 설치 작업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면 이번 대구 전시에서는 금속 작업과 함께 그의 대표적 특유 기법인 짜기 기법 연작의 작품이 다양한 용도와 형태로 새롭게 재해석돼 등장한다"고 전했다.
전시 부제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창안한 용어다. 불확실성, 무작위성, 가변성, 무질서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며 탄생한 말이기도 하다. 예측이 어려워진 현시대의 상황이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을 통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하는 것에 주목했는데, 이 지점이 이광호의 생각과 맞닿았다는 설명이다.
이광호는 "불확실한 개념이 오히려 행복한 무질서 분류의 공감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개념을 통해 반복 작업에서 오는 다양하고 폭넓은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응원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작품 자체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간다"고 했다.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안티프래질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담아 작가의 상상력이 추가로 더해 결과물이다. 2층 전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자유롭게 놓여 있는데 마치 작가의 머리 속에 등장하는 재미난 상상력이 갤러리 공간에 풀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각자의 생각을 다양하게 교감할 수 있다.
구체적 형태를 갖춘 작업이 2층을 구성하고 있다면 지하 1층은 보다 자유롭고 유연해진 작가의 생각이 현실화됐다. 원래 작가가 즐겨 쓰던 소재들이지만 공간을 재해석해 새로운 시도로 접근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잘 알려진 스툴 형태의 Obsession series와 함께 어우러져 끊임없이 변형되고 발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