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축소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보다 강력한 '대출 조이기'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 손해보험협회는 이날 주요 회원사들과 가계대출 관련한 비대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이은행권에서 막힌 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제2금융권에도 대출 억제를 주문하고 나선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제출했던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잘 지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도 당부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대출 서류 심사를 강화하고 우대 고객에게 제공하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각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연봉 수준까지 대출을 실행해왔기 때문에 양사를 제외한 일부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높지 않은 NH농협생명 등 중소 보험사들은 이미 연봉의 70~80% 정도까지만 적용했다.
보험사들의 금리인상 릴레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확대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8월 대출 공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주담대(고정금리·원리금 분할상환·아파트 기준) 최저금리는 2.91~3.57%에 형성됐다. 5월 주담대 최저금리가 2.8~3.31%였던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0.11~0.26%포인트 오른 것이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7월 기준 손해보험사들의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3.32%로 두 달(3.21%) 전보다 0.11%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전방위 옥죄기에 보험사들이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주담대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폭증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일부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수요자들이 보험사로도 유입되고 있다"며 "보험사들도 은행처럼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보험 계약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던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금리를 올렸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과 같이 대출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 금융당국의 관리 요구를 받던 농협은행은 신규 담보대출을 오는 11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3분기 한도 소진으로 다음달까지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은 맞지만, 급작스런 대출 중단 등 관리 대책의 부작용이 터져 나오면서 부채의 경착륙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