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결정된 바 없다"던 청와대의 입장이 "성과가 없으면 안간다"로 미묘하게 달라졌다. 뒤집으면 "성과가 있으면 간다"는 의미가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대통령 방일은 고려할 상황이 많고 마지막까지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일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상회담과 성과가 예견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이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발언은 일본측에서도 나왔다. 일본 NHK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참석한다면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참석할 경우 스가 총리와의 정상 회담 추진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조건으로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타진했으며 일본 정부도 정상 회담에 응할 의향을 물밑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확정적인 듯한 보도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전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오는 2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방일 날짜까지는 잠정 합의했지만, 한일 정상회담 방식과 관련해선 아직 결정을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같은 날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 검토에 들어갔다며, "한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일본은 짧은 시간의 회담으로 한정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실었다.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간 관계 개선을 원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본측이 '성의'를 보인다면 도쿄 올림픽 참석을 거부할 이유가 많지 않다. 동맹복원을 원하는 미국측이 한일 양국의 화해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일본방문과 한일 정상회담은 다른 이야기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은 방문하되, 제대로 된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마주 않더라도 위안부 문제 등 현안에 관해 실질적인 해법은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한국은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고 할만큼 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정치적, 외교적으로 손해 볼 것 없는 게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