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떠라익따”

입력 2021-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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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효선 국제경제부 기자

▲국제경제부 변효선 기자
▲국제경제부 변효선 기자
어느덧 5월이다. 5월은 잊고 살았던 감사한 마음들을 기억하고 표하는 달이다. 어버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다. 그리고 5월의 광주가 있다. 대학 시절 나는 광주 출신의 한 학우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아직도 광주는 5월만 되면 한 집 걸러 한 집 제사라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추스르며 민주화의 열매를 먹고 사는 우리가 감사의 마음을 다시 기억해야 하는 달이 돌아왔다.

그들의 피와 땀이 민주화라는 값진 열매로 돌아온 우리 같은 나라가 있다면, 반대로 아직 힘든 5월을 보내는 나라도 있다. 바로 미얀마다. 시위 참여자들은 물론, 어린이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총을 겨눈다는 소식을 듣고 있자니, 지금이 21세기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오늘은 우리 죽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직 죽지 않아요. Fighting!” 어설픈 한국어로 마음을 전하는 미얀마 친구의 목소리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외신에서 들려오는 미얀마 소식은 2년 전 내가 몇몇 청년들과 함께 선교 활동을 갔던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수 년간 현지에서 코이카 국제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동생은 업데이트되는 현지 소식에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가 갔던 그곳은 가난하지만 평온했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사람들 얼굴엔 늘 온화한 미소가 있었다. 어설픈 미얀마어로 노래를 불러주면 멋진 춤을 곁들여 답가를 불러주는 사람들이었다. 성인 몇 명만 올라가도 우지끈 소리가 나는 2층짜리 보육원에서는 학생들이 낡은 기타를 손에 들고 즐겁게 노래했다. 아이들은 낯선 외지인에게 쉽게 곁을 내줬고 ‘떠라익따(잘했어)’ 한 마디밖에 못 하는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나조차도 낯설게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 힘든 싸움을 하는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분연히 들고 일어선 5월의 미얀마인들에게는 우리의 오늘처럼 분명히 달라진 미래가 있을 거라 믿는다. “떠라익따!” 할 줄 아는 한 마디의 미얀마어가 그들에게 응원과 힘이 되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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