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법률원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재정신청이 기각됐다. 금속노조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공작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고발한 바 있다.
22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고법 형사31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18일 금속노조가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달라며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직접 기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해 공소제기를 결정하면 검찰은 이를 취소할 수 없다.
검찰은 2018년 12월 31일 이 회장과 최 전 실장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최 전 실장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부당노동행위 지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최지성은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박상범 역시 이건희와 최지성에게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만으로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듬해 2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검도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항고에 이유가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 회장과 최 전 실장이 노조 와해 전략을 보고받은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 내용을 적시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이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봤다. 이 문건에는 "전 임직원 노사교육과 현장 조직 관리를 강화해 원천적으로 노조 설립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다만 이 회장이 해당 문건을 실제로 보고받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1월 재정신청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의 기록과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검사의 불기소 처분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 "재정신청 후 이 회장이 사망해 그에 대한 재정신청도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임원 30여 명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