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지방 가는 건 꿈 포기하는 일”

입력 2021-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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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식비 등 필수 생활비 부담… “서울살이 힘들지만 버텨야죠”

▲진보당 서울시당 서울청년진보당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묵동 청년임대주택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진보당 서울시당 서울청년진보당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묵동 청년임대주택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2년 전부터 서울에 사는 박민선(21·여) 씨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 광주에서 올라왔다. 박 씨는 방학 중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무른다. 스터디나 대외활동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리를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박 씨는 서울에선 교통비나 식비 등 나가는 돈이 많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아직 구하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광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한다. 박 씨가 취업하고 싶은 영화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서울에 몰려 있어서다. 박 씨는 서울을 ‘기회의 땅’이라고 표현했다.

박 씨와 같은 비수도권 출신 청년에게 서울은 꿈만 같은 곳이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어떻게든 서울에 남아 취업하고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지방으로 돌아가는 건 꿈을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보는 청년도 있다.

2019년 한국노동경제학회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논문 ‘청년층 지역이동과 임금수준 효과’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수도권 대학에 진학해 직장을 구한 경우 첫 일자리 평균 임금이 212만 원이었다. 비수도권에서 취업한 청년보다 14만 원 정도 더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지방 청년들이 서울에서 살기에 212만 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월세, 식비 등 필수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은 돈으로 저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모(27·여) 씨는 6년 전 대학교 편입을 위해 김해에서 올라왔다. 박 씨는 부산에 사는 지인들과 월세를 비교하다가 지출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보통 부산에서 깔끔한 집을 구할 때 보증금 조정까지 더하면 월 20만~30만 원 수준인데 서울은 60만 원 이상은 써야 했기 때문이다. 관리비와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박 씨가 회사에서 받는 급여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박 씨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7년 전 대학교 입학을 위해 울산에서 올라온 송모(24) 씨는 공기업 입사를 희망한다. 울산에 돌아가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송 씨는 서울에 남았다. 공기업은 필기시험이 서울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많고 사기업 다수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지출하는 비용이 많더라도 서울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 출신 청년이 수도권에 취업하면 수도권 출신 청년보다 첫 일자리 평균 임금이 10만 원 많다. 그러나 수도권 출신 청년은 본가가 근처에 있어 월세나 식비 부담이 확연히 줄어든다. 박 씨나 송 씨처럼 지방 출신 청년은 홀로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필수 지출이 커지니 모아둔 돈이 부족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도 있다. 강지수(23) 씨는 4년 전 대전에서 올라와 서울살이를 이어갔다. 강 씨는 서울 중심지에서 결혼이나 육아를 한다면 거주지와 생활비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결혼한다고 해도 수도권 외곽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광주에서 8년 전 올라온 백모(27·여) 씨도 지금 같은 상황에 결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감당하기 힘든 월세, 식비 등 지출이 커서 모아둔 여윳돈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인 하모(27·여) 씨는 “일찍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하면 직장을 포기하게 될까 봐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청년들 대부분은 힘든 서울살이를 겪으면서도 서울에 남길 바란다. 충남 아산에서 올라온 문모(26) 씨는 “비용적인 측면이나 혼자 살기에 외로워서 내려가고 싶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출근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서울에 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청년들도 미래를 생각하면 서울에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청년들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년 전 강릉에서 올라온 김소연(21·여) 씨는 “강원도민 기숙사와 같은 공공시설이 있긴 하지만 시설이 낙후된 것으로 안다”며 실제 거주하는 데 필요한 정책 지원을 호소했다. 울산에서 3년 전 올라온 이채원(26·여) 씨 역시 생활이나 거주에 필요한 대책이 다양하게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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