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의 성폭행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성폭행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조성필 부장판사)는 19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피해자 B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재판부는 비공개로 전환해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기억하는 범위에서 여러 상황을 진술했다”며 “이 사건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사건으로 인해 현재 어떤 상태인지 등 심리적인 부분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재판장이 피해자에게 ‘이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힘줘서 말해줬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성폭력 전담 재판부로 3년 동안 많은 피해자를 보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고 재판부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성폭력 전담 재판부의 태도가 앞으로 치유를 시작하는데, (피해를) 아직 말하지 못하고 고소하지 못하는 많은 분에게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4·15 총선 전날인 14일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료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측은 이로 인해 6개월에 걸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A 씨는 수년 전부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의전 업무를 수행해온 직원으로 이 사건으로 직위해제 됐고, 현재 관련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와 같은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