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2013년까지는 시총 기준 세계 1위 기업
8월 92년 만에 다우지수서 퇴출 수모도
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엑손모빌 시가총액은 이날 약 1394억5000만 달러(약 161조5250억 원)를 기록했다. 넥스트에라는 1376억7000만 달러로 엑손모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엑손모빌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약 52% 하락했지만, 넥스트에라 주가는 19% 상승했다. 넥스트에라는 2일 장중 한때 시총이 엑손모빌을 추월하기도 했다.
넥스트에라가 엑손모빌을 추월한 순간은 짧았지만, 청정에너지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얼마나 큰지, 반대로 화석연료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은 얼마나 깊은지를 상기시켰다고 CNN은 설명했다. 특히 엑손모빌이 불과 7년 전인 2013년까지 시총 기준 세계 1위 기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변화는 엄청난 것이라는 평가다.
레이몬드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청정에너지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는 그 어느 때보다 최고”라고 말했다.
심지어 엑손모빌은 지난해 2650억 달러 매출을 올렸지만, 넥스트에라는 192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넥스트에라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넥스트에라는 자사를 세계 최대 풍력·태양광 발전 업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넥스트에라는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내년과 2021년 실적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넥스트에라가 받는 혜택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은 4년간 2조 달러를 기후변화 대응에 지출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반면 엑손모빌의 몰락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엑손모빌 시총은 2014년 중반 4460억 달러에 달했지만, 그 때 이후 지금까지 3040억 달러가 증발했다. 전략적 실수와 국제유가 폭락으로 계속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약화로 인해 1999년 11월 모빌과의 대형 합병 이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위기에 놓였다. 또 38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금이 삭감될 가능성도 커졌다.
결국 엑손모빌은 8월 92년 만에 미국 증시 벤치마크인 다우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30개 블루칩(우량주)으로 구성된 다우지수에서 IT 서비스 업체인 세일즈포스가 엑손모빌을 대신하게 됐다. 미국 자본주의 상징이자 다우지수와 역사를 함께 했던 엑손모빌 입장에서는 쓸쓸한 몰락이다.
넥스트에라 이외에도 청정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투자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비빈트솔라와 선런 등 태양광 관련 종목을 보유한 인베스코와일더힐클린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올들어 지금까지 90% 폭등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연초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시총 기준 세계 자동차업체로 올라선 것도 재생에너지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CNN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