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녀의 벽]실적 평가라지만 외근직 남성·내근직 여성…“女승진, 현실·생리적 한계”

입력 2020-08-27 05:00 수정 2020-08-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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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직 性 고정관념·편견 등 성별 따라 부서 배치 달라져

‘첫 여성 행장 나올까’

최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이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후 쏟아진 기사들의 제목이다. 지난 3월 장승현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이 행장 직무 대행을 수행할 때와 달리 ‘여성’이 강조됐다. 금융권에서 여성이 임원을 다는 것이 얼마나 드문 현상인지를 보여준다.

주요 금융 공기업 10곳 중 5곳은 지난해 여성 임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2곳(한국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은 1명씩 줄이고, 나머지 3곳은 (금융감독원·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수출입은행) 1명씩 늘렸다.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6월 30일 기준 전년 대비 여성 임원이 늘어난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였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 총 임원 수를 2명 늘렸지만, 그 자리는 모두 남성이 채웠다. 우리은행은 2명 있던 여성 임원마저 1명으로 줄였다.

금융지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모든 금융지주의 여성 임원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줄었다. 농협금융지주는 10%→7.69%, KB금융 6.7%→8.6%, 우리금융지주 5.89%→0%, 하나금융지주 4.35%→3.57%로 하락했다.

회사도 이같은 현상에 대한 입장이 있다. 돈을 융통하는 금융권은 남녀불문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데 남성 직원의 실적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남성 중심인 기업 문화를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적 쌓기 좋은 부서, 이른바 전방인 영업에는 남성이, 후방으로 실적과 거리가 있는 예산 부서 등에는 여성이 근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의 수탁으로 연구한 ‘금융권 내 여성 임원 육성을 위한 지원방안’ 보고서에서 부서 배치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직무 적성 외 관리직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성별 고정관념’이 제시됐다. 이 보고서에서 금융권에 종사하는 한 임원은 “이 분야로 가려면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생리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10명 중 7명은 유리천장을 느꼈다. 지난해 동 연구원이 금융권 부장급 남녀 3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응답자의 73.5%는 ‘사내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유리천장을 느낀 응답자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남성 중심문화’를 꼽았다.

보고서에서 금융권에 종사하는 A 부장은 “술 마시러 가게 되면 여자들은 아예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A 부장은 그 이유로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활동이 네트워크 구축, 커뮤니케이션 활용, 리더십 발휘라는 이름으로 활용돼 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들은 리더나 임원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적했다. 이러한 남성 중심문화는 임원으로 가는 데에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서 여성을 낙오시켰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인적 네트워크의 일환인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간 관리자급의 여성을 많아야 부장, 차장급. 충분히 올라가고 그 이후를 기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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