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 "팔지도 사지도 말라"

입력 2008-10-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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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한달 전에만 해도 5억8000만원 이랬잖아요? 그런데 지금 5억2000만원 이라니 말이 돼요?"

"5억2000만원도 팔린다고 장담할 수 없는데 말이 되고 말고를 따져서 뭐합니까?"

최근 집을 팔려고 중개업소를 찾은 주부 서모씨는 애간장이 녹는다. 한 달 전 당시는 가을철 비수기란 생각에 매물을 내놓지 않았던 서씨는 이 달 중개업소를 찾아 다시 매물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무려 한달 만에 6000만원이 깎인 호가에 내놓아야한다는 중개업자의 말에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 투기지역 해제 실수요 진작에 별다른 도움 없을 것

2년째로 넘어가는 부동산 거래 침체가 금융위기를 맞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정부도 이런 저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는 여간해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호가가 떨어지는 속도도 무섭다. 거래가 몇달 째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세는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앞서 말한 서씨의 경우처럼 3.3㎡당 15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 아파트들은 2000만~3000만원 가량의 호가가 빠지는 것은 말그대로 '일도 아닌'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10.21대책에서 분당신도시를 제외한 경기도 버블지역을 중심으로 지정돼있는 투기지역을 모두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는 이미 황폐해진 부동산 거래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수요자는 아무도 없는 형편이다.

수목부동산 연구소 양은열 소장은 "투기지역에 걸린 규제는 말그대로 투기꾼들을 방지 하기 위한 장치들"이라며 "실수요를 자극, 거래시장에 활기를 넣기에는 부족하고 오히려 투기수요만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기지역 해제를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눈 빛은 차갑다. 정부는 지난 9.19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 매매를 자유화하고, 아울러 6억원 초과 아파트 매입시 LTV규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걸려있는 투기지역을 해제하면 결국 '재미'를 볼게 될 건 '네버리지'효과를 활용해 재건축 등 돈이 될만한 주택을 매입하려는 투기수요밖에 없을 것이란 불만이 가득한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현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는 무슨 선심이라도 쓴양 투기지역을 해제한다고 했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놀란 은행권이 실수요자들이라도 대출을 종전처럼 펑펑 해줄 일은 없다"며 "투기지역 해제 소식이 들리자 재건축 대상인 개포주공 매입을 묻는 문의 전화만 간간히 올 뿐 실수요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동산 거래 침체를 풀 가장 큰 요인은 양도세 축소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즉 1가구 2주택 50% 중과세 방침이나 6억원 초과 1주택 소유자 양도세 과세 등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양도세가 여전한 위력을 과시하는 한 거래시장이 활황을 보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개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집은 넓혀가거나 더 인기있는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이 경우 내집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살 집도 오르는 만큼 웃돈에 양도세까지 감안하면 집을 넓혀 이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급전 필요한 경우 아니면 집 매매 자체를 중단해야"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주택거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사지도 팔지도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목부동산연구소 양은열 소장은 "팔려고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예 언제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을 옮기는 행위는 아예 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거래 빈곤 상태는 금융시장 위기에 더불어 못가도 1년은 갈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이사를 하려는 입장이면 차라리 내년 봄 이후를 노려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집을 사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대출을 끼고 살 경우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위기는 결국 이자율 상승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써브 리서치센터 채훈식 센터장은 "현재 세계가 동반해서 금리를 인하시키는 상황이지만 금융시장 불안기에는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올라가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라며 "경제상황이 위급한 만큼 대출을 끼는 것은 옳지 못하며 자기 자본이 부족하면 집 매입을 보류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의 조언도 유사하다. 잠실 5단지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도 "부동산 거래가 계속 침체되면 중개업소에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 매매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을 매도하고 현금을 보유하는 것도 그다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빠르면 2년 안에 다시 집값이 상승기류를 탈 가능성도 있기 때문.

수목부동산 양은열 소장은 "현재는 IMF와 같은 상황이 아니며 IMF당시에도 불과 2년 만에 집값은 원기를 되찾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거래 빈곤 상태가 해소되면 일시에 집값이 강세를 띨 수 있는 만큼 집을 손절매하고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투기지역 등 고급 아파트에 걸려있는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채훈식 센터장은 "주택시장도 결국 부유층이 먼저 돈을 써야 거래시장이 활기를 찾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IMF 당시 처럼 이들만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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