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해를 넘겨 지속하던 ‘2019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잠정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노동조합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급물살을 탔다. 다만, 노조가 핵심 쟁점을 차기 교섭으로 넘김에 따라 올해 임단협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5일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차량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대신, 조합원이 신차를 구매할 때 차종 별로 최대 300만 원을 할인해주는 내용이다.
또한, 창원ㆍ제주 부품 물류센터 통합 문제와 회사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 건도 원만하게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는 13~14일 이틀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해 의견을 묻는다. 이 투표에서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합의안은 최종 타결된다.
찬반 투표 진행까지는 굴곡이 있었다. 애초에 노조 지도부는 잠정 합의 직후 간부합동회의를 거쳐 투표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일부 조합원이 합의안에 반발하며 절차가 지연됐다. 지도부가 성과급 미지급 등을 수용하자 “실질적인 합의 내용이 없다”는 식의 반발이 나왔다.
김성갑 지부장도 합의안이 조합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2019년 투쟁의 터널을 벗어나야 하기에 지부장으로서 잠정 합의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우리는 코로나19가 초래한 불확실한 상황에 맞서야 한다. 생산량의 90%를 수출하는 한국지엠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차 산업의 위기를 언급하며 합의안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파업과 직장폐쇄 사태를 겪은 르노삼성차 노사도 이달 10일 잠정 합의안 마련에 성공했다.
합의안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총 888만 원 규모의 일시 보상금을 지급하고, 공헌수당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본급 인상이 필요하다던 노조가 한 걸음 물러선 결과다.
이번 합의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래 물량 확보를 위해 노사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며 이뤄질 수 있었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신속한 교섭 마무리'를 XM3 수출 물량 배정의 선제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노조 지도부는 합의의 미진함을 인정하면서도 조합원에 지지를 호소했다. 지도부는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의 어려움을 고려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충족된 제시안을 안겨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한국지엠과 같은 날짜인 13~14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시행해 의견을 묻는다. 결과는 14일 오후 늦게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회사의 어려운 상황에 노조가 공감하며 잠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관건은 올해 임단협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이번 합의에 얻어내지 못한 쟁점을 올해 교섭에서 쟁취할 것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번 잠정 합의안의 아쉬운 부분만큼 2020년 투쟁의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져 있다”며 "노조는 이를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기본급과 성과급 문제를 비롯해 물류센터 문제 등을 올해 협상 테이블에 올릴 전망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곧바로 2020년도 임단협을 시작해 반드시 기본급 인상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임금체계 개편안 △직무 등급 조정 및 라인 수당 △P/S 직군 통합 등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쟁점들도 연이어 노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