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대부분은 미국 내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그는 “미국민의 코로나19 위험에 대해 여행 제한 및 격리 등 미국의 초기 조치들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유행이든 매우 소규모든 코로나19가 확산한다면 뭐든 준비가 되어있다”며 “지금까지 한 모든 대책을 통해 미국민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 총괄 책임자로 임명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 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이 24~25일 인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 폭락 등 경제적 타격으로 인해 자칫 자신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의 주식시장 호황을 자신의 주요 경제적 치적 중 하나로 내세워온 만큼 증시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최근 뉴욕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보건당국의 대응에 불만이 커졌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도 나왔다. “미국에서도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 “정확히 언제 일어날 것인가가 문제” 등 미국인들에게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에 대비하라고 경고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고들이 주식시장에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경고음’을 낸 것은 CDC뿐만이 아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상원 세출위원회 노동·보건·교육 소위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에서 앞으로 더 많은 코로나19 발병 사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식품의약국(FDA) 스티븐 한 국장도 “코로나19 발발이 미국 내 의료 공급망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개인 보호장비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주식 시장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공포가 증폭됐다. 이날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면서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23.77포인트(0.46%) 하락했고,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82포인트(0.38%)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만 15.16포인트(0.17%) 겨우 올랐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에도 위축된 시장 심리가 쉽사리 완화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코로나19 관련 상황은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가 중국보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WP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첫 코로나19 감염환자가 나왔다고 보도하면서,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확산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