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의료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수위를 두고 온도차를 드러냈다. 중국 경유자를 차단해달라는 의료계 요청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김갑식 서울시병원협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의료계를 대변하는 병원협회 관계자들은 정부와 서울시에 한층 더 높은 강도의 대책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중국 입국자를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확산 단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국내에서 확진자가 급속히 확산할 경우 한국 경유자조차 세계 각국이 차단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방역 대책이 반템포 소극적으로 진행됐다"며 "정규전인 줄 알았는데 게릴라전으로 접어들고 있으니 (시장님은) 전면전을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확진자가 다녀간 종로구의 이비인후과의원 사례를 들며 "그곳 원장과 의료인은 자가격리됐는데 보건소가 '병원은 열어도 된다'고 했다더라"라며 "(당국이) 폐쇄 명령은 못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폐쇄 명령은 못 한다고 하면서 자가격리를 하라고 한다"며 "이런 상반된 기준은 일선 의료기관에 불신을 준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이들은 보건소 역량을 전면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보건소의 다른 기능을 '축소'하는 정도가 아니라 코로나19에 '전념'하게 해야 한다"며 "건강검진 등 일부 기능은 남겨둔다는데 이 시기에 그런 것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 역시 "보건소 역량을 업그레이드해 코로나19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며 "검체 채취, 스크리닝 등을 보건소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재고가 부족하다는 호소도 나왔다.
김 회장은 "며칠 전 병원협회 회의를 했는데 참가자들이 마스크가 모자란다며 세탁해서 써도 되는지 고민하더라"며 "메르스 때는 마스크가 신속히 대량으로 지급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박 회장도 "의료기관이 마스크를 구입할 수가 없다"며 "마스크가 떨어진 의료기관에 무슨 동기부여가 되나"고 덧붙였다.
이에 박 시장은 "중국 완전 차단은 쉽지가 않다"면서도 "특별검역절차라든지 유학생 통신 강의 등 구체적 조치나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의료진에게 의료 장비가 없다면 큰일이니 마스크 문제는 이른 시간 내 해결하겠다"며 "매점매석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보건소의 어떤 부분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지적해주면 그때그때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의원에 대한 '폐쇄 명령 불가' 사례에 대해서 박 시장은 "의원 폐쇄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좋을 듯하다"며 "만약 전면전으로 간다면 민간 병원도 징발될 수 있으나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배석한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음압 병상 동원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나 국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31개 음압 병상을 확보했다. 3분의 2가 차면 2단계로 넘어가 16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한다. 추가 확보한 16개 병상의 3분의 2가 채워지는 3단계가 되면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 시립병원에 33개 병상을 더 설치할 계획이다. 그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4단계로 진행해 서울의료원과 서남병원 전체를 비워 모두 1인실로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