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 언제까지...한국 의존도 높은 일본기업 실적 비상

입력 2019-11-07 14:55 수정 2019-11-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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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연합뉴스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연합뉴스
한국 의존도 높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한·일 갈등으로 한국 내 일제 불매운동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국 매출 비율이 10% 이상인 일본 14개 기업의 3분기(7~9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감소 폭은 똑같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보다 컸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치기업인 네덜란드 ASML처럼 한국 시장 비중이 큰 외국 기업 80개사의 순이익은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 중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체는 데상트였다.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한국에 의존하는 데상트는 이날 올해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데상트는 내년 3월 끝나는 2019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기존 1440억 엔(약 1조5000억 원)에서 1308억 엔으로 9.2% 낮추고, 순이익은 53억 엔에서 7억 엔으로 무려 86.8%나 낮춰 잡았다. 기존 전망에서는 매출과 순이익을 각각 1.1%, 34.4% 늘어날 것으로 잡았었다.

데상트는 ‘데상트’ 브랜드 외에 한국에서 ‘먼싱’등 5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고세키 슈이치 데상트 사장은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3분기 한국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줄었다”고 밝혔다. 추워지는 11월과 12월은 고가의 다운 코트 등이 그나마 팔릴 것으로 보이지만, “불매의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데상트는 한국 자회사 실적 윤곽이 드러나는 12월 말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한 대책을 고민할 예정이다.

이런 어닝 쇼크의 배경에는 한일 관계 경색이 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산 불매운동이 시작, 의류, 외식, 식품, 자동차 등 폭넓은 범위로 번졌다.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한국 사업 매출액은 작년에 약 1400억 엔에 달했지만, 올해는 매출과 순익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맥주 업체 아사히그룹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사히는 지난 5일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엔고 이외에도 한국에서의 불매운동 영향이 컸다. 해외 사업 중 한국을 포함한 부문의 순이익 예상치를 전년보다 75% 감소한 5억 엔으로 10억 엔 낮췄다. 작년까지만 해도 8년 연속 한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였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한일 관계 악화는 일본 관광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은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48% 감소했고, 9월은 58%나 줄었다.

한국으로의 수입 규제 강화 대상인 불화수소를 취급하는 쇼와덴코는 6일 기자회견에서 “연내에는 (한국으로) 출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막연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의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이대로 종료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되레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7월 수출 규제 이후 불화수소에 대해선 단 한 건도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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