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률이 반 세기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오히려 노동자들의 파업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경제 성장’이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터널에서 빠져 나온 후 지난 10년 간 성장세를 구가했다. 이에 자동차 공장 근로자에서부터 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 수만 명의 근로자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근로자들의 기대는 헛된 희망이었다. 경기가 나아졌어도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자괴감뿐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파업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 GM 지부는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 넘게 파업 중이다. GM에서의 파업은 12년 만이며,기간은 1970년 이후 최장이다. 이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했을 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연금 지급액 감액 등으로 협력했는데,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충분히 보상해 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애리조나와 텍사스의 구리 광산 업체는 지난 주 파업에 돌입했는데, 여기 노조도 10년 동안 임금 인상이 없었다는 점을 파업 이유로 들었다.
NYT는 이런 파업 양상은 노동시장의 반복적인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나중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사측에 협력하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대담하게 파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제이크 로젠펠드 교수는 연구 결과, 2차 세계 대전 이후 30년간 이런 패턴이 반복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전체 파업은 급격히 줄었다. 인력이 25% 이상에서 약 10%로 떨어지면서 노조의 영향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용주는 파업에 참여한 직원을 해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파업 참여 근로자 수는 50만 명에 육박해 1980년대 중반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NYT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과 노동자가 받는 돈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의 수입 배분은 2000년 초에 2차 대전 이후 최저로 떨어진 후 2009년에 한층 더 벌어졌고, 아직도 회복되지 못했다.
이는 미국 노동시장이 공식 실업률인 3.5%보다 약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업률은 적극적인 구직자를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소극적인 구직자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실업자는 통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공정과 경제적 불안감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간 수천 명의 파업 참여를 주도한 서비스업 단체 노조인 UNITE HERE의 D.테일러 위원장은 “문제는 정부가 우리를 돌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산업의 경우, 9.11 동시다발테러 이후 구조조정의 물결 속에서 근로자들이 항공사의 긴축에 합력했지만 실적이 개선됐어도 나아진 건 없다고 한다.
지난 17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시카고 지역 교사들은 물가 높은 도시에서 살기 위해선 현실적인 인상이 필요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비 대비 인색한 급여 인상 탓에 베테랑 교사들이 지역을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