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혼한 베트남 여성 체류에 대해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 사유가 100%가 아니어도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12일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결혼 이주여성들이 국내 체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한국인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는데 그 어려움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법원 2부는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베트남 국적 여성 A씨(23)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 연장 불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바 있다.
당시 A씨는 2015년 7월 한국인 정모(40)씨와 결혼한 뒤 고부갈등으로 2016년 7월 이혼 소송을 제기, 법원에서 정씨의 귀책을 인정받았다. 그 뒤 N씨는 결혼이민 체류기간연장 허가 신청에 대해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전적으로 정씨 귀책에 의해 이혼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거절하자 이 사건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오로지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 사유 탓인 경우에만 체류자격을 연장해 준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혼인 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한국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후 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결혼 이주여성은 근본적으로 혼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입국한 사람들로, 안정적인 신분 보장과 체류자격 유지를 위해서는 한국인 배우자의 도움과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위는 “지난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자녀, 시부모를 부양하는 등 전통적인 여성 역할을 하는 경우에만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별거 또는 이혼한 이주여성에 대해서도 보호 노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결혼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문제,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이혼했으나 강제 출국 위험에 처한 사례 등 최근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 정부는 결혼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 정책을 촘촘히 점검해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권위 “인권위 역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의 성립, 가족생활의 유지라는 가치가 차별 없이 적용돼 결혼 이주여성이 안정적인 체류를 통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