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난형난제(難兄難弟)

입력 2019-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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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이게 우리나라 법이여? 개똥 같은 법이네.” 5월 28일 국회에서 6·25 전쟁 전후에 희생을 당한 분들의 유족들이 이렇게 울분을 터트렸단다. 억울한 전쟁 피해자를 구제해 줄 과거사 정리법 통과가 ‘국회 정상화’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비 쟁점 법안이니 우선 시급한 거부터 처리하자”는 의견을 낸 국회의원도 있었지만, 결국은 또다시 법안 통과가 미뤄지자 희생자 유족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이처럼 시급하고 절실한 법안의 통과는 다 뒤로 미뤄놓은 채 대한민국 국회는 요즈음 마치 막말과 억지 주장 경진대회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여야가 논의를 위한 의견 교환과 토론의 자리에서 나오는 막말이 아니라, 한 정당 내에서 국회의원 개인들끼리 누가 더 잘하는지 우열을 가리려는 듯이 턱없는 막말과 억지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난형난제다.

난형난제는 難兄難弟라고 쓰는데 ‘難’은 ‘진흙 근(堇)’과 ‘새 추(추:bird)’가 합쳐져 이루어진 글자로서 ‘진흙에 빠진 새는 빠져 나오기가 어렵듯이’ 그렇게 ‘어려운’ 상태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難兄難弟는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렵고 아우라고 부르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누구를 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세나 기량이 비슷한 경우를 두고서 하는 말로서 중국 동한 시대에 진식(陳寔)이라는 사람의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진식의 두 아들 진기(陳紀)와 진심(陳諶)은 다 훌륭한 인물이었다. 어느 날, 진기의 아들 진군(陳群)과 진심의 아들 진충(陳忠)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서로 자신의 아버지가 더 훌륭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논쟁을 하던 진군과 진충은 할아버지 진식에게 달려가 우열을 가려 달라고 했다. 이때 진식이 한 말이 바로 ‘난형난제’이다. 진식의 두 아들과 손자처럼 좋은 일로 서로 겨루는 것이 난형난제인 상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국회에는 왜 막말과 억지 주장에 있어서 난형난제인 고수들이 그리 많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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