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취수(醉睡)선생

입력 2019-05-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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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여름으로 다가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5월 중순부터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지역이 있더니만 5월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은 완전히 여름 날씨이다. 더운 날씨 탓인지 때때로 시원한 맥주 생각도 나고 점심 식사 후면 으레 졸음이 밀려오곤 한다. 막된 말과 험한 행동이 오가고, 끔찍한 사고와 흉악한 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이고 보니 더운 날씨를 핑계로 모든 것을 다 떨쳐버리고 술에 취해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고려시대 후기의 뛰어난 문장가이자 화가였던 안치민(安置民:생졸년 미상) 선생의 호는 ‘취수(醉睡)선생’이다. ‘취할 취’와 ‘잠잘 수’를 썼으니 취해서 잠자거나 혹은 ‘취하거나 자거나’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별호이다. 안치민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화가인 이기(李琪:생졸년 미상)는 취수 안치민의 초상화를 그리고, 그 초상화에 제하여 ‘취수선생화상찬’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가 있으나 행하지 못할 바에야 술에 취하는 것만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을 바에야 잠을 자는 것만 못하구나. 선생은 살구꽃 그늘 아래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데 세상에는 선생의 뜻을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有道不行不如醉, 有口不言不如睡. 先生醉睡杏花陰, 世上無人知此意.)”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취수선생처럼 취하거나 자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세상이 하도 험하다 보니 세상에 참여하여 세상을 잘 다스려 보겠다는 희망과 용기를 내기보다는 아예 세상을 등지고 숨어버리려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숨기는커녕 세상에 나서서 한자리해 보겠다는 사람들도 쌔고 쌨다. 진정한 능력자는 아예 숨어 버리거나 설령 숨지 않았다 하더라도 입을 꼭 다물고 있고, 제발 정계를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만 마치 제 세상을 만난 양 진흙탕 속에서 온갖 기괴하고 험한 말과 행동을 쏟아내며 당파싸움을 벌이고 있다. 품격이 있는 정치가 참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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