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일본 자동차기업 닛산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그 일환으로 특별 배임 혐의로 체포된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시대를 지우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악의 성적표와 함께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발표했다. 최근 실적 부진을 인정하며 곤 전 회장 시대와 다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사이카와 CEO는 2018년 회계연도 실적이 3191억 엔(약 3조2000억 원)으로 전년의 7469억 엔에서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올해 전망도 우울했다. 2020년 3월 끝나는 올해 회계연도의 영업이익을 2300억 엔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 예측치인 4577억 엔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닛산의 실적 부진에 여러 원인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이카와 CEO는 무엇보다 곤 전 회장이 추구했던 확장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곤 전 회장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무리할 정도로 빠르게 늘리려고 한 게 잘못이었다는 얘기다. 시장 확장에 혈안이 돼 과도한 할인을 남발하고 렌탈카 업체에 최저 마진으로 차량을 판매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맞닥뜨린 경영 악화는 곤 전 회장 시대에 이뤄진 확장 전략의 결과”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략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카와 CEO는 역설적으로 “차를 덜 팔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렌터카 업체 같은 대량 구매자에 차를 팔는 것은 단기적으로 수익이 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결국 비용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픽업트럭의 생산을 조절하는 등 더 적게 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을 따르면 당분간 닛산의 매출은 더 감소할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올해 매출은 6.5%, 영업 마진은 2%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9.3%, 순이익도 47% 감소한 15억5000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사이카와 CEO는 곤 전 회장의 잘못된 유산과 결별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